by논설 위원
2021.05.03 06:00:00
지난 달 16일 개각에서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지명된 김부겸 후보자와 5개 부처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내일부터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여 남기고 이뤄진 이번 개각은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태에서 민심 수습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를 위한 인적 쇄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정부의 후기 국정 과제를 마무리할 관료·전문가 집단이 대거 발탁됐다는 점에서 다른 때보다 조용한 청문회가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불거진 논란과 의혹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번 청문회 역시 철저한 검증과 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논란의 핵심인 부동산의 경우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특별 공급과 관사 테크 등 부당 이득 의혹을 받고 있으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계약, 투기 의혹에다 위장 전입, 외유성 출장 등의 시비에 휘말려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군 복무 특혜와 증여세 탈루,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의 고가도자기 밀반입 및 관세법 위반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후보자들의 청문회 답변 내용은 예상이 어렵지 않다.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거나 “부주의했다” “관행이었다” 등의 말로 궁지를 벗어 나려 할 것이다. 의원들의 질문도 과거와 별 다를 리 없다. 결격 사유를 법적, 논리적으로 끈질기게 파헤치기보다 신상 털기와 망신 주기, 이에 맞선 감싸기 등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소상히 밝힐 인사청문회가 하나마나한 제도로 변질된 데에는 청와대와 국회 모두 책임이 있다. 문 정부 출범 후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어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최근의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을 포함, 29차례나 됐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마저 이런 악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4·7 재·보선 참패 후 청와대와 여권은 반성과 쇄신을 외치고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4일 청문회는 이런 다짐이 말 뿐인지 아니면 진짜 반성문인지를 가리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청와대도, 국회도 청문회다운 청문회를 보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