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②‘네거티브’ 난무…吳·安 단일후보 되면 朴에 우위
by박태진 기자
2021.03.22 06:00:00
대선 전초전에 당력 집중…정책대결 없고 흑색선전만
민주당, 오세훈 내곡동 땅·박형준 엘시티 매입 의혹 추궁
국민의힘, 박영선 남편 日아파트 맹공…정권심판론 강조
[이데일리 박태진 이정현 기자] 여야가 4·7 재보궐선거 총력전에 돌입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3자구도가 아닌 양자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여야는 당력을 모으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이번 보선은 내년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만큼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야권은 ‘정권 교체’를 위해 반문(反文)연대를 형성하며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상대 후보 흠집내기,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전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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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여론지형은 야권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가 공동으로 3개 여론조사 기관(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에 의뢰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조사일시 20∼21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나서더라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후보는 47.0%로 30.4%에 그친 박 후보를 제쳤다. 안 후보 역시 45.9%를 얻으며 박 후보(29.9%)를 여유있게 눌렀다. 부산시장 보선의 경우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38.5%로 26.7%에 그친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대결 대신 네거티브 공세로 돌아섰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비위 등이 물 위로 오르자 상대 후보를 겨냥한 공세로 코너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의 비리 의혹을 부각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으로 본다. LH 사태로 민심 이반이 격해지자 상대 후보의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정권 심판론을 희석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먼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김영춘 부산시장 민주당 후보 캠프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지난 9일 박영선 후보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일했던 2009년 처가 소유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장 보선 역시 네거티브 기조다. 여권이 강조했던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이 효과를 보지 못하자 박형준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연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 사찰 연루와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등이다. 박 후보가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가운데 사찰 의혹이 다소 사그라들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나서 지난 11일 박 후보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카드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주가량 남은 선거운동 기간을 네거티브만으로 채우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집권여당은 시정안정을 바탕인 주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워야 표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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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도 질세라 여당 후보 맹비판에 나섰다. 특히 국민의힘은 선거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자당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영선 후보 남편의 도쿄 소재 고가 아파트와 관련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위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지난해 ‘4·15 총선은 한일전이다’던 민주당이 박영선 후보의 일본 초호화 아파트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조용하다”며 “내가 하면 ‘해외투자’, 남이 하면 ‘토착왜구’라는 민주당은 논점 일탈 논평 뒤에 숨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오 후보도 박영선 후보가 제기한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해명한 사안이라며 박영선 후보를 향해 히틀러시대 흑색선전으로 알려진 괴벨스에 비유했다.
또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측이 이날(21일) 야권 단일화 협상에 최종 합의한 것에 대해 여권에서 폄훼 논란을 일으키자 선대위 측은 즉각 옹호에 나섰다.
김철근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대위 대변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굵직한 단일화는 민주당 계열에서 해왔다. 내가 하면 ‘통합’이고 남이하면 ‘야합’인가”라며 “단일화는 그때 시대 상황에서 국민과 민심의 요구로 이뤄지는 것이다. 오늘 합의한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서울부터 정권교체 해달라는 서울시민의 염원과 국민의 명령에 따라 단일화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여론 조사가 잘 마무리되어 전 국민의 열망을 실현하고 미래지향적인 서울을 완성시킬, 나아가 무능한 현 정권의 독주를 멈추게 할 야권 단일후보가 선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형준 후보는 최근 불거진 엘시티 의혹과 관련해 지난 1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엘시티 아파트를 부인이 아들로부터 매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혜나 비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날 여권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깨끗한 원수확보로 건강한 수돗물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권 심판론을 강조함과 동시에 박형준 후보가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