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겹살은 왜 金겹살이 됐나…아프리카돼지열병에 코로나까지
by이명철 기자
2020.05.19 00:00:00
소고기·돼지고기 소매가격, 평년대비 상승세
외출 제한에 가정 소비 증가, 사육은 감소
농식품부 “안정 찾을 것…시장 상황에 대응”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국산 축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생산량이 줄고 수입도 차질을 빚는데 코로나19 영향에 가정 내 소비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식재료 구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국산 돼지고기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제공 |
|
올해 초만 해도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던 돼지고기 가격은 크게 올랐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5월 평균 삼겹살 평균 소매가격은 2만2130원(kg당)으로 집계됐다.
삼겹살 가격이 저점에 머물던 2월(1만6230원)과 비교하면 36%나 뛴 수준이다. 1만9000원대에 머물던 1년 전보다도 12% 정도 올랐다.
한우 가격은 올해 내내 높은 수준이다. 5월 평균 한우 등심(1등급) 소매가격은 전년동기대비 17% 오른 9만3040원((kg당)이다. 한우 등심의 평년가격(최근 5년간 최대·최소값을 제외한 3년 평균)이 7만4000원대임을 감안하면 물가가 크게 뛴 것이다.
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수급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든 대신 가정 내에서 요리를 해먹는 ‘집밥’ 수요는 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석달간(2~4월) 외식 횟수가 감소했다는 응답자는 79.5%에 달했다. 반면 국산 농축산물 구매량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27%로 감소했다는 응답(14.1%)보다 두배 가량 높았다.
농촌진흥청 조사에서도 코로나19 발생 후 육류 구입액을 늘렸다는 응답자가 4월 35.1%로 2월 조사(13.1%)보다 크게 늘었다. 외식을 하지는 않는 대신 집에서 고기를 사먹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공급량은 외려 감소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쇠고기와 돼지고기 생산량은 1만4771t, 9만3177t으로 1월보다 각각 39.6%, 1.2% 줄었다. 소는 고기 공급을 위한 거세우의 사육이 전년보다 다소 줄었고 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사육이 감소했다.
국산을 대체할 수입산도 줄었다. aT에 따르면 올해 1~4월 호주로부터 축산물(소·돼지 등 포함) 수입물량은 9만2400t으로 전년동기대비 13.7% 감소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축산물도 1년새 5% 감소한 20만800t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육류 공장이 폐쇄하는 등 물류에 차질이 발생해 수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aT 가격 동향 담당자는 “가정식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정 내 소비가 많은 삼겹살 등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소와 돼지고기 등 수입산 반입도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함에 따라 축산물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 축산물 재고가 여유 있는 만큼 소비 행태와 가격 동향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삼겹살의 경우 최근 가격 상승세가 둔화돼 고점으로 보이고 한우는 하반기 거세우 출하가 늘면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가격 추이를 보면서 필요시 농가와 협의해 조기 도축·출하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