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약처 '뒷북 행정' 발암 위장약보다 두렵다

by노희준 기자
2019.12.02 05:10:00

잇단 발암우려 물질 검출에 약 먹기 두려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제약 바이오 분야에선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7월 말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자청해서 한 발언이다. 의약품 안정성 확보가 ‘K-바이오’ 제약 강국의 전제조건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최근 위장약에서 잇달아 ‘발암 우려 물질’(NDMA)이 검출되면서 이 처장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아니 라니티딘 못 먹어서 니자티딘으로 바꿔 먹었는데 이게 뭔 말이야...” 지난 22일 위장약 원료 라니티딘에 이어 또 다른 원료 니자티딘에서 같은 발암 우려 물질이 나오자 기자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의 한 내용이다.



라니티딘과 니자티딘 모두 위산 과다, 속쓰림, 역류성 식도염 등의 치료에 쓰는 위장약 성분(원료)이다. 하지만, 최근 모두 불순물이 검출돼 각각 269제품(라니티딘), 13제품(니자티딘)이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 됐다.

니자티딘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나온 것은 지난 9월말 라니티딘에서 불순물이 나온지 두 달만이다. 지난해 7월 발사르탄 고혈압 치료제 때 똑같은 NDMA가 검출된 것을 고려하면 2년째 ‘발암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식약처가 항상 선진국 규제 당국의 유해성 발표 등이 있은 후에야 움직인다는 점이다. 실제 라니티딘 의약품에 대한 식약처 검사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9월 14일에 이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에 진행됐다. 니자티딘에 대한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진 시점 역시 일본에서 이미 오하라약품공업 등 일부 업체가 자체 조사 후 제품을 자진회수 한 뒤였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의 판매 중지 역시 유럽의약품청(EMA)이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확인됐다고 밝힌 뒤였다.

식약처는 이번에 합성 원료의약품 전체에 대한 불순물 검출 여부 검사를 업체에 지시했다. 하지만 ‘뒷북 행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식약처를 과연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남는다. 국민은 약 먹기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