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00조+α' 슈퍼예산 예고…당정 “日대응” Vs 야 “총선용”

by최훈길 기자
2019.08.05 04:30:00

홍남기, 내년도 정부 예산안 이달 말 발표
與 “최소 514조 편성, 9.5% 이상 지출 확대”
日 수출규제 대응, 1%대 성장률 하락 감안
세입 부족 난관, 한국당 반발로 공방 우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여당이 내년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500조원대로 편성할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면서 경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입 여건이 녹록지 않아 ‘재정 실탄’이 넉넉지 않은 데다 야당 반발도 거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의 때처럼 진통이 예상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5일 긴급 재정관리점검회의, 8일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를 열고 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집행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 이어 내달 3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여당에서 내년도 지출 증가율을 9.5% 이상의 두자릿수를 언급하고 있어 살펴보고 있다”며 “부품·소재 분야 등 일본을 이겨내는데 지원하는 극일(克日)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아낌없이 넣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입장을 종합하면 내년 예산은 5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469조 6000억원)에 증가율 9.5%를 적용하면, 내년 예산 규모는 514조 2000억원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추경(5조 8269억원)을 편성하면 내년 예산은 520조원에 달한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에 406조 6000억원(결산 기준)이었던 예산이 3년 새 100조원 넘게 불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예산이 불어나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확장적 재정을 추진하는 데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지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내년 본예산에 최소 1조원 이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예산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한다. 홍 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범정부 대책을 조율할 예정이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는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해 2.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올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3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1%(7월 기준)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보면 2% 아래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은으로서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겠지만 재정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 정책에 따라 올해 뚜렷한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다”며 “확장적 재정 효과를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GDP에 대한 정부 기여도는 1.3%로 2009년 1분기(2.2%포인트) 이후 10년 1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다.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녹록지 않아서다.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139조 5000억원으로 작년 1~5월보다 1조 2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통합재정수지는 19조 1000억원, 관리재정수지는 36조 5000억원 각각 적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대폭 늘릴수록 국가채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확장적 재정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세금 퍼쓰기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추경 2라운드’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당이 국채 발행 등을 문제 삼으면서 올해 추경은 국회 제출 100일째 처리됐다. 역대 두 번째 늑장처리였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허물지 않는 범위에서 지출을 해야 지속 가능한 재정 정책이 가능하다”며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