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10th]전광우 이사장 "자국우선주의 시대, 기업경쟁력 제고로 대비"
by박철근 기자
2019.06.03 06:00:00
한국의 국력은 기업경쟁력…정부, 경제정책 궤도수정필요
미·중 무역분쟁은 기술·정치 등 G2의 헤게모니 싸움…장기적으로 이어질 것
경제·외교 다변화 전략 필요…정부의 ‘신남방정책’ 적극 지지
"리디노메이션 필요하지만 지금은 논의 시점 아냐"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세계가 자국우선주의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한국은 국력을 키워 대응해야 합니다. 한국의 국력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의 핵심은 기업경쟁력입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제 10회 이데일리전략포럼’ 특별대담자로 나서는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사전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고용과 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부정책기조의 대대적인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맥스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와 미·중 무역분쟁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영환경의 변화과정을 진단하고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고견을 나눌 예정이다.
|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국우선주의 시대의 도래에 따라 우리나라는 기업경쟁력을 통한 국력배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내달 12~13일 열리는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자인 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와 특별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사진= 이데일리DB) |
|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등이 잇달아 국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이사장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하향추세가 최근 수 년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잠재성장률도 하향추세인데 이는 결국 경제적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기업가정신의 쇠퇴와도 연계해서 이야기하지만 기업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며 “기업가들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0년만에 오는 세계 고용 붐이라는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며 “세계적으로는 역대급으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고 우려했다.
전 이사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의 과감한 궤도 수정도 주문했다. 특히 고용과 규제부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성장의 고착화 형태를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친시장적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전 이사장은 “무엇보다 노동과 규제의 개혁이 절실하다”며 “일부 노동조합의 파행적인 움직임이 국내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에게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가 협력해도 만만하지 않은 경영환경인데 노조가 파행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해외투자자들도 우리 경제의 심각한 걸림돌로 파행적인 노조의 행동을 지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와 관련해서도 전 이사장은 “규제샌드박스와 같은 노력은 인정하지만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규제개혁이 제한적”이라며 “공정경제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규제할 부분도 있지만 기업이 활력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규제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미·중 무역갈등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양국의 무역분쟁 배경은 단순히 무역통상문제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라며 “화웨이 사태를 보듯이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기술패권경쟁이며 나아가서는 세계 정치·경제전반에 걸친 패권싸움이기 때문에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에 대해서는 미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미 의회에서도 초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어느 한 나라가 패권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한 근본적 타결은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악화한 대외경영환경에서 우리 경제와 기업의 대응방안은 뭘까. 전 이사장은 기업경쟁력 제고를 통한 국력 배양을 꼽았다.
그는 “각자도생시대를 맞은 국제사회에서 우리 몫을 차지하려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통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국력은 국방력이 아닌 경제력이다. 경제력을 키우는 결정적인 역할은 기업이 하며 정부는 그 환경만 조성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무역·투자·외교부문의 다변화 전략도 필요하다. 전 이사장은 “미·중 등 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40%가 넘는다”며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처럼 무역·수출 등의 다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급으로 악화한 상황”이라면서 “미래를 내다보면 좀 더 큰 틀에서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기술, 정치, 경제패권쟁탈을 위한 싸움으로 장기화 할 개연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사장은 내달 12~13일 열리는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자인 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와 특별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사진= 이데일리DB) |
|
◇베트남 사례 참고, 남북경협 필요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충분한 잠재력과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게 전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남측의 생산가능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 북한은 임금수준이 낮고 풍부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참여와 외국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먼저냐 남북경협이 먼저냐 등에 대한 이견이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 베트남의 ‘도이머이’(개혁개방)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은 과거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개혁개방에 성공했다. 전 이사장도 세계은행 재직시절부터 베트남의 개혁개방에 정책자문을 하는 등 깊숙히 관여한 경험이 있다.
전 이사장은 “남북경협의 물꼬를 우리 정부가 트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기구가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제기구가 성공적으로 진출하면 다른 외국의 투자도 잇따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각에서 거론되는 리디노메이션(화폐개혁)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이사장은 “찬성론자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경제력 등을 고려할 때 언젠가 하는 것이 맞다도 본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시기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디노메이션을 시행할 수 있는 적기라면 적어도 대내외 경제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국내 최초로 민간 출신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국제경제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와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등을 거쳐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참여정부에서는 국제금융대사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초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금융정책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금융그룹 부회장과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 민간기업에서도 주요직을 거쳤다. 2013년까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뒤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임 후 지난해부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