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의 뚝심…롯데케미칼, 글로벌 화학 키운다

by김미경 기자
2019.04.26 06:00:00

롯데케미칼 美 공장 내달 가동
年 100만t 규모 에틸렌 생산
연매출 1조, 글로벌 톱7 도약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 추진
성사땐 영업익 2.2조 넘을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숙원인 석유화학부문의 해외사업에 속도를 낸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롯데케미칼은 내달부터 미국 에틸렌(ECC) 공장의 상업가동에 돌입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도 추진하기로 했다. 화학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다음달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ECC 준공식을 갖는다. 신 회장은 김교현 화학사업부문(BU) 부회장,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 등 경영진들과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 이익의 54%를 책임지는 캐시카우로, 신동빈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해외 유화단지를 직접 방문할 만큼 화학사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성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20조원을 화학·건설 부문에 집중 투자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 ECC공장 건립에는 5년간 4조원을 투입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화학부문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신 회장의 결단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신 회장은 2016년 미국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롯데케미칼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 미국 공장은 국내 화학기업 최초의 북미 대규모 직접 투자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셰일가스에 포함된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축구장 152개 규모로 생산능력도 연산 100만톤(t)에 이른다.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450만t으로 늘어난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2.6% 규모로 국내 화학사 중 생산량 1위, 글로벌 7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공장 가동으로 롯데케미칼의 연간 매출액이 1조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가량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내부 검토가 마무리되면 이사회를 열고 관련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 측은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면 중복되는 사업분야를 통합해 효율성과 시너지를 확대하고,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롯데첨단소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롯데첨단소재 지분은 롯데케미칼이 90%, 삼성SDI가 10%를 보유중이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 화학부문을 인수, 각각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첨단소재를 설립했다. 당시 삼성SDI는 케미칼사업부 지분 90%를 롯데케미칼에 2조3265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가 합병할 경우 매출 규모는 업계 추산 20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 영업이익 규모도 2조2000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업스트림에 사업구조가 집중된 반면 롯데첨단소재는 다운스트림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직계열화가 원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중복되는 사업 분야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확대할 전망이며

롯데케미칼은 “시너지를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 중으로 안다”면서도 “합병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 합병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롯데케미칼의 연결 실적에 미국 공장 실적이 잡힌다.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상위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타이탄 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