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 가이드]항상 논란되는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 왜?
by유태환 기자
2019.04.06 07:00:00
4일 조국 불출석 10차례 의사진행발언 공방
민주화 이후 소수 사례 제외 불출석이 관례
민감 사안 다뤄, 본인 안 드러내는 게 불문율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조국 민정수석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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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습니다. 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업무보고 얘깁니다.
여야는 업무보고 초반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불출석에 대해 열 차례의 의사진행발언을 주고받으면서 공방을 벌였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인사참사를 따져 물을 주 대상인 조국 수석이 불출석한 데 대해 “인사검증에 실패해서 면목이 없어서 못 나왔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 2인자인 노영민 비서실장도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마당에 민정수석은 왜 불출석을 했을까요?
조국 수석이 국회에 제출한 사유는 ‘국정 현안에 대한 신속대응과 업무적 상황’입니다. 이런 표면적 이유와 달리 실상 가장 큰 이유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 이후 이어져 온 관행 때문입니다.
조국 민정수석이 가진 대중성과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의 우병우 민정수석이 겪었던 각종 논란 때문에 현재는 일반 대중에게도 민정수석이 낯설지 않습니다. 반면 우병우 전 수석 이전까지만 해도 민정수석은 외부에 자신을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불문율로 여겨지는 자리였습니다.
민정수석은 사정 기관 업무 총괄과 고위공직자 기강확립·비위 감시, 민심 동향 파악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상황을 고려해 공개적인 국회 상임위 자리에는 불출석하는 관례가 자리 잡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예외 없는 규칙이 없듯이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사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민정수석의 출석은 김대중 정부가 물꼬를 텄습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직함을 달고 수차례 국회에 출석하면서 관행이 깨지는 듯하기도 했습니다. 친문(문재인) 핵심이자 3철로 불리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노무현 정권 당시 민정수석으로 국회에 출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민정수석이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관행이 다시 부활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심지어 상관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석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항명하는 사태까지 일어납니다.
2015년 1월 9일 일명 ‘정윤회 문건’이라는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현안보고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은 역시 관례대로 출석하지 않았지만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출석 필요성을 제기하자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출석을 지시합니다. 김영한 수석은 이를 거부하면서 사퇴를 표명합니다.
조국 수석도 정권교체 이후 첫 청와대 업무보고가 진행된 2017년 8월 22일 운영위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이라며 불출석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31일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처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출석을 지시하자 극적으로 출석이 이뤄집니다.
물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법 바꿔먹고 조국 수석이 나온 게 아니다”며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랑 저랑 먼저 조국 수석 출석을 논의했고 산업안전보건법은 별도로 논의했다”는 입장이긴 합니다.
다만 역시 예외는 예외였나 봅니다. 올해 첫 청와대 업무보고가 이뤄진 이번 운영위에 불출석했으니까요.
야권은 “이미 관행은 깨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우리 정권 잡았을 때만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게 관행이냐”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권은 물론 야권의 공세가 뻔한 마당에 민정수석 출석에 합의하는 게 마뜩잖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당이 “지난번 대통령 지시로 나와서 말씀 잘하시더라. 나와서 시원하게 해명해 달라”고 한 것처럼 굳이 국회 출석을 피할 시대는 이미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처럼 민정수석이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숨기던 시절은 지나갔고 또 그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입법부의 견제를 받아야 하는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국회에 출석해 ‘사이다 답변’을 보여주는 관행을 만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