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바이오]①회계논란·경쟁격화…흔들리는 바이오산업

by김지섭 기자
2018.11.16 01:00:00

내우외환 겪는 바이오, 회계논란과 글로벌 경쟁 속 ''적신호''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영업익 40%대 감소, ''어닝쇼크''
휴미라 가격 최대 80% 인하 선언, 바이오시밀러 시장 ''치킨게임'' 돌입
거꾸로 가는 정부지원, 신약 약가 우대 개정에 업계...

인천 송도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내렸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한국 바이오산업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바이오기업들이 안으로는 회계논란으로 위축된 가운데, 밖으로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경쟁 격화로 수익성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애브비는 최근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인 ‘휴미라’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의약품 선두주자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을 복제약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상식을 깨고, 2012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셀트리온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애브비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업체들이 가격 인하와 함께 특허 전략을 구사하는 등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화이자·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은 레드오션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 등은 최근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8.8%나 줄어든 105억원, 매출액도 20.7% 감소한 1011억원에 그쳤다. 셀트리온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4.2% 줄어든 736억원, 매출액은 0.4% 감소한 2311억원에 머물렀다. 이들 업체는 공장 정비에 따른 가동률 하락 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바이오시밀러 경쟁 과열로 제품 공급단가를 낮춘 이유가 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책적인 뒷받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계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최종 심의를 갖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 7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 온 김태한 대표의 해임 권고와 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내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셀트리온 등 바이오 상장사를 대상으로 테마감리를 실시, 그동안 자산으로 다뤄온 R&D 투자를 비용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는 기업의 R&D 투자 의지를 꺾고 신약 출시를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바이오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인천 송도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