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쏠린 자산운용③]빌딩, 공실률 높은데…가격은 뛰네
by성선화 기자
2018.09.18 05:00:00
커지는 오피스시장 거품 우려
투자금 대비 회수율 쵝느 3년새 최저
서울 공실률 3분기 이후 9%대 쑥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대규모 손실을 보고 떠난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를 NH투자증권이 1조원에 떠안았다. 12일 매각주간사인 JP모간은 지난달말 선정했던 하나금융투자 대신 더 놓은 가격을 제시한 NH투자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낙점했다.
하지만 이 빌딩은 지난 지난 2007년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에 인수해 1000억원을 쏟아부어 리모델링까지 했지만 결국 임차를 못 채워 싱가포르계 알파인베스트먼트에 매수가 보다 낮게(8000억원) ‘손절’한 건물이다. 이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한국에서 손해를 본 첫 사례로 이후 모건스탠리는 한국 사무소를 철수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공실률이 25%에 달하고 추가 리모델링 비용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며 “매도자인 알파인베스트먼트도 보유 기간 동안 손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가격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신규 공급량 확대로 공실이 늘고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는데도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분기 서울 오피스 가격은 3.3㎡당 2064만원으로 처음으로 마의 2000선을 넘었다. 지난 2월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가 3.3㎡당 2810만원을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6개월만에 서초동 삼성타운이 3.3㎡당 3050만원으로 또다시 정점을 찍었다. 가격 상승은 서울 외곽 지역까지 전염되고 있다. 지난 7일 마감한 서울 외곽 삼성생명 분당빌딩도 20여곳이 몰려 6개월전 대비 30%가 올랐다.
거래량도 폭발적이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거래량이 2분기 오피스 투자시장의 총 거래 규모는 4조 6151억원으로 지난 한해 거래량 5조 5400억원에 육박한다. 이번 3분기 삼성타운, 센트로폴리스 등 거래까지 포함하면 올 연말까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투자 수익률을 나타내는 캡레이트(투자금 대비 회수자금 비율)는 3년래 가장 낮은 4.2% 수준이다. 지난 2014년 평균 5%를 웃돌았던 캡레이트는 2015년 2분기 3.98%로 떨어진 후 4% 후반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분기 반짝 상승(5.37%) 했지만 2분기 들어 4%대로 다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삼성타운 매각이 반영되면 추가적인 캡레이트 하락이 예상된다”며 “단기 가격 폭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지금 시장의 이상 증상은 ‘조급한’ 매도자와 ‘돈이 넘쳐나는’ 매수자의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최근 매도자들 사이에선 “시장이 좋을 때 빨리 팔아야한다”는 조급증이 팽배하다. 매각 주간사들이 RFP(투자제안서)를 보낸 물건들을 보면 펀드 만기 전 물건들이 많다. 지금 가격이 꼭지라고 판단한 매도자들이 지금을 매각 기회라고 판단해 예정보다 일찍 내놓는 것이다. 심지어 오피스가 아닌 리테일(진주갤러리아 백화점), 관광호텔(홀리데이 익스프레스인 을지로) 등도 몸값을 높여 매물로 나오고 있다.
매수자 측면에서도 유동성이 넘쳐난다. 증자로 자본금을 확충한 증권사들이 ‘총알(고유자금)’을 쏘고 있고 올해부터 본격화 된 기관투자가의 블라인드 펀드 자금이 넘쳐난다.
문제는 치솟는 공실률이다. 연평균 8%대를 유지해 오던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이후 9%대로 상승했다. 특히 이번 3분기는 프라임급 센트로폴리스 준공 여파로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준공 후 90% 이상 공실에도 센트로폴리스는 강북 최고 임대료를 고수 중이다.
그중에서도 여의도 권역은 파크원 완공 시점을 시준으로 공급 폭탄이 예상된다. 오는 2020년 초고층 파크원 오피스 2개동이 공급되고 이후 우체국 빌딩 재건축, 사학연금 재건축, MBC부지 재건축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서울에서 임대료 수준이 가장 저렴한 지역은 여의도다. 여의도의 최고 빌딩으로 꼽히는 IFC몰 마저 1년 이상 랜드프리를 제시하며 임차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는 둔화되는 상황에서 신규 오피스 공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임차인이 원하는 빌딩을 골라서 가는 ‘세입자 우위’ 시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