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모컨의 반란

by경계영 기자
2018.04.05 05:00:00

[서랍속 TV리모컨의 변신]
①셋톱박스·AI스피커 밀려 뒷전됐지만
AI에 IoT까지…스마트홈 ''허브'' 도약 꿈꿔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를 탑재한 TV리모컨이 스마트홈 ‘허브(중심)’에 도전한다. 셋톱박스 리모컨에 치이고 AI 스피커에 밀리면서 서랍 속에 잠자던 TV 리모컨의 ‘화려한 변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4일 “TV 리모컨이 단순히 채널이나 음량을 조절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향후 스마트홈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2018년형 TV 신제품에 각각 빅스비(Bixby)와 딥씽큐(DeepThinQ) 등 독자 AI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했는데, 이 기능은 TV리모컨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구현된다. 음성인식 TV리모컨은 2010년대 스마트TV 등장과 함께 나왔지만, 음성 인식률이 높지 않고 단순 명령만 인식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하지만 올해 내놓은 TV리모컨은 음성 인식률을 대폭 개선한 데다 딥러닝이 가능한 AI 음성인식 서비스 탑재로 AI의 저변을 넓히는 데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업체들은 TV리모컨을 다른 가전제품들과 연결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삼성·LG전자가 공 들여 키우는 빅스비와 딥씽큐가 스마트홈의 뼈대라면, TV리모컨은 스마트홈 대중화의 ‘트리거(trigger,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않아 TV리모컨에 대고 말하면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의 풍량을 조절하고 세탁기를 돌리게 될 것”이라면서 “셋톱박스 리모컨과 AI 스피커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받던 TV 리모컨이 AI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반 QLED TV 번들로 제공하는 리모콘 2017년형(왼쪽)과 2018년형.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