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강홍석·황정민.. 연기 볼맛 살리는 ‘나쁜 맛’

by이정현 기자
2018.02.12 06:00:00

악당 빛난 작품들 호응 뜨거워
연기 변신에 박수
“갈등하는 악당" "시대상 담아” 인기 이유

배우 봉태규(왼쪽부터) 강홍석 황정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나쁜 놈 가라사대, “내가 있어 주인공이 빛난다”고 했다. 매력적인 악당이 볼맛을 살린다. 성공한 작품일수록 악역이 도드라진다. 요즘 인기를 끄는 콘텐츠들이 그렇다. 주인공을 괴롭히던 이가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선해보이던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연기 변신에 성공한다면 보는 이의 반응이 더 뜨겁다.

◇ 악벤저스, 봉태규

배우 봉태규는 SBS 드라마 ‘리턴’이 성공하는데 일등공신이다.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재벌가 아들 김학범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기존의 코믹하거나 순박한 이미지를 벗고 날선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에 인기다. ‘봉태규의 재평가’ ‘재발견’ 등 배우로서 새로운 면을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열연에 힘입어 ‘리턴’은 시청률 16%를 돌파하는 등 동시간대 정상을 지키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방송 초반 주인공보다 봉태규 신성록 윤종훈 박기웅으로 이어지는 악인들의 행적을 도드라지게 표현해 시청자의 흥미를 사는 데 성공했다. ‘악벤저스’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다. 최고의 악당을 가리기라도 하는 듯 악인들끼리 맞붙어 대결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주인공인 고현정 이진욱 등보다 더 돋보인다는 평가다.

◇ 변신하니 통하네, 강홍석



배우 강홍석은 뮤지컬 ‘모래시계’로 변신에 성공했다. 태수(김우형 신성록 한지상)의 친구였으나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결국 배신하고 위기로 몰아넣는 종도를 연기했다. 원작에서 배우 정성모가 맡아 카리스마를 보여준 그 역할이다. 강홍석은 난생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그의 대표작인 ‘킹키부츠’의 롤라나 ‘드라큘라’의 반헬싱과 결이 달라 다른 느낌이다. 육두문자까지 쏟아내며 선보이는 ‘나쁜 맛’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진다. 커튼콜을 할 때 가장 열렬한 반응이 받기도 한다. 그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막연한 배신자가 아니라 왜 친구를 저버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며 “나쁜 역할이지만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싶어 무겁지 않게 표현을 하니 좋아해 주시더라”고 말했다.

◇ 내가 왕이로소이다, 황정민

가까이는 영화 ‘아수라’의 박성배, 멀리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1000만 배우’ 황정민의 또 다른 특기는 악당이다. 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리차드3세’에서 나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15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곱사등에 추남이지만 뛰어난 권모술수와 입담으로 왕위를 빼앗은 남자 리차드3세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을 맡은 황정민은 뒤틀린 몸과 말투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다른 인물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어린 조카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황정민은 10여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원캐스트’로 전막을 소화한다.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동료 배우들을 독려하는 등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연을 앞두고 “악인이 가진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시대상 담아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