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시행]서울·분당 사정권… '로또 청약' 광풍 부나

by성문재 기자
2017.11.08 05:30:00

이달 중순 이후 본격 시행 예고
분양가 '택지비+건축비' 이하 제한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공급" 기대
대출 어려워져 현금부자에게 유리
장기적으로 공급물량 감소할 수도

[이데일리 성문재 원다연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7일 공포·시행됐다. 8·2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 상승을 주도한 서울 송파·강남·강동구와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이 2년 반만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을 것이 유력시된다.

고분양가 논란과 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신규 주택이 적정가격으로 공급되도록 해 국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측면에서는 상한제 시행은 바람직하지만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공포·시행돼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적용 요건이 과도하게 엄격해 2015년4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2년 반 동안 적용 사례가 없었다. 국토부는 이달 중순 발표하는 10월 주택 매매거래량 및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통계를 확인한 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에 대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 한국감정원, 그래픽=이미나 기자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금융결제원 등이 발표한 주요 통계를 토대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후보지를 추린 결과 수도권에서는 서울 24개구(서초구 제외),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서구, 인천 연수구, 안양시 만안·동안구, 시흥시, 김포시 등 31개 지역과 지방에서는 대구 중·수성구, 강원 동해시, 속초시, 전북 익산시, 전남 나주시, 경북 문경시 등 7개 지역이 정량적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인 10월 거래량 및 분양가 통계에 따라 일부 지역이 추가 또는 제외될 수 있다.

국토부는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가운데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은 지역에 대해 △최근 12개월간 해당지역 평균 분양가격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했는지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각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청약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는지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는지를 살펴보고 이 중 하나라도 부합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지 여부는 필수 조건이다. 앞서 언급한 지역이 모두 해당된다. 여기에 분양가 상승률과 청약경쟁률, 주택 거래량 증가율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정량 기준을 채우게 된다.

HUG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8.4% 상승했다. 서울은 3.56% 올랐다. 세종(2.56%), 충북(-3.34%), 충남(0.95%)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같은 기간 후보지역의 물가상승률 대비 2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10월 분양가격 통계에서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후보지역들이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청약경쟁률도 서울 주요 구에서 일제히 기준을 웃돌았다. 주요 분양 단지 평균 경쟁률은 강남구 ‘래미안강남포레스트’ 41대 1, 영등포구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21대 1,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10.5대 1, 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9.8대 1, 중랑구 ‘라온프라이빗’ 7.1대 1 등이다.



상당수 지역이 적용 요건을 충족하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서울 송파·강남·강동구, 성남시 분당구, 대구광역시 수성구 등이 가장 유력한 후보 지역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량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바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과열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지역을 적용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분양가격을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도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앞둔 강남 재건축 단지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주변 일반아파트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기존 주택도 가격 상승 기대감이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러나 분양가 규제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정부가 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한 ‘신반포 센트럴 자이’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등 강남권 분양 단지들은 이른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청약 광풍을 몰고 왔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중도금대출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로또 아파트를 당첨받을 수 있는 사람은 현금부자들뿐이라는 점도 문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일부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으로는 집값 안정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공급 물량을 감소시켜 오히려 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 매력이 커지면 인기 주거 단지의 청약 경쟁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과도한 시세 차익을 막기 위해서는 전매 규제를 길게 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민간물량이라는 점에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건설업체들은 향후 분양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건설사에는 불리한 규제”라며 “분양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적용 요건을 완화한 것이지 전면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아닌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