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는 은행…올 상반기 점포 192곳 문닫아

by노희준 기자
2017.09.18 06:00:00

지난해 폐쇄 276곳의 70% 육박
16개 은행 임직원수 3244명↓
국민은행 작년 1.9배 69곳 정리
고령자의 금융접근성 제약 우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16개 은행에서 192개 점포가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폐쇄된 점포의 70%에 육박해 2015년 이후 은행권 점포 폐쇄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거시적 흐름에 따른 경영효율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나친 점포폐쇄는 고령자의 금융접근성을 제약하는 데다 금융권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어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은행 점포폐쇄 현황’자료에서 수신기능이 없는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전국 16개 전체 은행의 국내 점포(출장소 포함)중 192개가 올해 상반기에 폐쇄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폐쇄점포 276개의 70%에 달한다. 올해 폐쇄 규모를 하반기까지 단순히 상반기의 2배로 가정하면 384개에 달해 지난해보다 39%가 불어난다. 지난해 폐쇄된 276개 점포 수도 2015년 236개에 견줘 16% 늘어난 규모였다. 점포 신설이 폐쇄에 따른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는 있지만 신설 규모는 폐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 2015년 9월말 7291개까지 불어났던 국내은행(수은 제외) 점포는 이후 줄곧 감소해 올해 3월말 전체 7008개까지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상반기 69개 점포를 정리했다. 지난 해 36개를 정리한 것에 견주면 1.9배 넘게 늘어났다. 농협은행에 이어 국내 최다 점포망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은 정리속도도 가장 빨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점포 수익성과 비용 효율성, 현장의견, 지역공동화 및 상권쇠퇴 등 점주 여건과 고객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포 폐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은행과 합병한 KEB하나은행(45개), 우리은행(23개), 신한은행(22개), SC제일은행(13개)순위로 점포 폐쇄 수가 많았다. 반면 농협은행은 점포 1개만을 줄여 눈길을 끌었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강해 지역 경제권이 달라져도 타 은행보다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은행권 점포 정리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은 온라인 중심으로 거래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중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을 합한 온라인 거래(조회서비스 기준)비중은 85.3%로 창구와 CD·ATM을 합친 오프라인 거래비중(14.7%)을 압도했다. 입출금 및 자금이체를 기준으로 한 채널별 업무처리 비중에서도 온라인이 51.6%로 오프라인 거래 48.4%를 앞지른 상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은행 점포 하나의 평균 유지비용은 17억원 정도”라며 “여신잔액이 4000억~5000억원은 있어야 점포유지의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반기 은행권 적자 점포수는 260개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은 점포폐쇄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문제는 급격한 점포 폐쇄에 따른 그늘이다. 특히 인터넷·모바일 뱅킹에 익숙지 못한 60대 이상의 노년층의 ‘금융접근성’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 실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뱅킹 이용자비율은 60대가 14%, 70대가 4.3%에 불과했다. 점포 폐쇄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권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친화적이지 않다. 점포 정리는 인원 정리 필요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은행 점포 1곳에는 통상 7~20명의 직원이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익 증가가 아니라 비용 절감 차원의 점포 정리와 인원 축소에 나서는 것은 너무 손쉬운 단기 처방일 뿐”이라며 “지점을 통한 소비자보호 측면와 상품 교차 판매, 고객과 은행의 관계 설정 등 장기적 시각에서 점포 정리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