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神' 오은영 원장 "비법만으로는 아이 못 키워요"

by성세희 기자
2016.10.16 09:00:00

[WWEF 2016]특별강연 맡은 소아·청소년정신전문의 오은영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유능한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50·사진) 원장은 ‘육아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는 오 원장을 볼 때마다 육아의 고충을 털어놓고 비법을 묻는다. 그럴 때마다 오 원장은 안타깝다. 본인이 어떤 비법을 전수해줄 수는 없어서다. 대신 부모에게 늘 본질과 원칙을 지키라고 주문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오 원장은 “우리 사회가 언제나 빠른 해결책만 요구하고 문제를 파악하거나 관찰하는 힘을 기르지 않는다”며 “육아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일으킨 이유가 있는데 부모가 제대로 파악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육아 문제에 해법이 있을까. 오 원장은 “부모가 본질을 지키고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바로 서고 스스로 자기중심을 세울 때 아이도 함께 선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유의 빛깔을 정할 필요가 있다. 오 원장은 부모가 중심을 세우고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은 대체로 예외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칙대로 한 단계씩 육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는 그 순간을 잘 견디지 못하고 육아 비법만을 찾는다. 이런 비법만으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



오 원장은 육아를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아이를 고치라고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대하는지 관찰하고 부모에게 잘못된 부분을 고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은 본인을 비추는 거울이라서다. 특히 아이는 부모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오 원장은 부모가 바로 서도록 격려한다.

육아 멘토인 오 원장도 슬하에 외아들만 키운다. 일하는 엄마였던 오 원장은 아이를 더 기를 여력이 없었다. 오 원장은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외아들마저 키우기 어려웠을 거라고 토로했다. 오 원장은 “(본인처럼) 육아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사람조차 아이를 한 명밖에 기르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가 길러주지 않으면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직장어린이집과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남성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며 “육아를 가족이나 개인에게만 맡기면 절대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원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힘들어하는 청춘에 힘을 북돋워 준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오 원장은 오는 19일 서울 반포구 세빛섬에서 열릴 제5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을 찾는 청중에게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분노하는 사회’란 주제로 스스로 자아를 성숙시켜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