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인정한 법원…박선숙·김수민 의원 구속영장 또 기각(종합)

by유현욱 기자
2016.07.30 01:15:56

法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없어…피의자 방어권 침해 가능성”
박 의원 "진실 밝히려 최선 다했다"·김 의원 "법원에 감사"
檢, '무리한 구속수사 시도' 비판 불가피…새 혐의 없으면 불구속 기소 가능성

국민의당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에 관여한 혐의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핵심인물로 각각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선숙(왼쪽)·김수민 의원이 30일 새벽 영장 기각 후 서울서부지검에서 나와 귀가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에 관여한 혐의로 박선숙(56)·김수민(30) 국민의당 의원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29일 또다시 기각했다. 검찰이 정치인을 상대로 무리하게 법 집행을 하려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박민우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두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오후 11시 50분쯤 피의자 방어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두 의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할 염려가 희박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이에 현 단계에서 구속은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된다”며 기각사유를 밝혔다.

앞서 조미옥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김 의원은)주거가 일정하며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인정되지 않고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박 의원 역시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도균)는 지난 28일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당 차원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통신자료 수사와 주요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추가로 확보된 증거자료와 함께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당 차원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같은 날 “(억대 금품 수수에 관여한 두 의원은) 20대 총선 선거 사법 가운데 혐의가 가장 중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왕주현(52·구속기소) 전 부총장과 공모해 홍보업체 브랜드호텔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거운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선거공보물 인쇄업체(비컴)와 TV광고 대행업체(세미콜론)에 광고계약 관련 리베이트 2억 1620여만원을 요구해 TF에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TF 선거 홍보활동 대가로 자신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 계좌를 통해 1억여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고 박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의 정치자금 수수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9일 오후 1시 50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한 박 의원은 ‘검찰의 영장 재청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물음에 담담한 표정으로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진실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준비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당 차원에서 증거인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어떻게 소명하실 계획이냐’ 등 거듭된 질문에 앞서 한 말을 반복하고선 서부지법 청사로 들어갔다.

한 시간 전 흰색 블라우스에 네이비색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김 의원은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직도 오해가 계속되는 부분에 대해 법정에서 다시 한 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당 차원에서 증거인멸 시도 있었나’ ‘어떤 부분을 소명하시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전혀 답하지 않았다.

차례로 심문을 마친 두 의원은 서울서부지검 청사로 이동해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김 의원은 30일 오전 12시 30분쯤 서울서부지검 청사를 밝은 표정으로 나서면서 “사건의 진실에 대해 잘 판단해주신 판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곧이어 나온 박 의원은 다소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앞으로도 법적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앞서 말한 바가 제 원칙이고 방향이다”고 답했다. ‘검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검찰이 또 영장 청구하면 기분이 어떨지’ 등을 묻자 말없이 보좌진의 차량에 올라탔다.

박 의원과 김 의원에 대한 영장 재청구마저 기각되면서 검찰은 무리하게 구속수사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당의 강한 반발에 향후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한 새로운 혐의를 포착하지 못할 경우 결국 불구속 기소를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다음달 1일 서울남부지법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