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성문재 기자
2015.12.18 05:10:06
유럽 자동차 제조사 물류비용 절감, 신뢰강화 전략
삼성SDI, 오스트리아 ''팩'' 공장인수.. ''셀'' 생산거점 물색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 검토.. 내년 상반기 착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해외 생산거점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주요 고객인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위치한 현지에 공장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물류비용을 낮추면서 거래 신뢰도는 높이고 영업에도 힘을 보탠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앞서 지난 10월 나란히 중국 현지에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며 중국 수요 대응 준비를 마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는 유럽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을 추가 마련하기로 하고 후보지와 투자계획 등을 검토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10월말 케미칼사업부문을 롯데케미칼(011170)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지사업 올인(All-in)’을 선언했다. 2조원 이상의 매각대금 대부분을 전지사업에 쏟아부어 2020년에는 LG화학(051910)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첫 포석이 유럽 전진기지 배치다. 포르셰, BMW, 아우디, 피아트 등 삼성SDI의 주요 고객들이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배터리 공장을 유럽 지역에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투자금액도 수천억원선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 2월 오스트리아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슈타이어’의 배터리 팩 사업 전담 자회사 MSBS(Magna Steyr Battery Systems) 지분 100%를 인수함으로써 유럽 한복판인 오스트리아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배터리 팩의 개발과 생산만 가능하다. 울산 등에서 만든 배터리 셀을 오스트리아로 가져와 배터리 모듈과 팩으로 조립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구축하는 공장은 배터리 셀 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위치는 고객사들의 생산거점과 물류 연결이 용이한 지점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인수·합병(M&A)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생산거점을 추가 마련하는 방안이 더 유력하다”며 “이르면 내년 2월에는 관련 투자계획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중국에서도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시안공장은 지난 10월 첫 가동에 들어가자마자 예상을 뛰어넘는 주문이 몰릴 만큼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가동률도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유럽과 중국 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충해 중대형 배터리 시장 성장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라이벌 LG화학은 앞서 지난 10월 3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유럽 생산기지 구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조석제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 전지부문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며 “유럽에 생산기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LCD 모듈공장을 운영중인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를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LG디스플레이로부터 이곳의 유휴 부지를 매입하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장 건설도 어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17년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들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은 직전 2013년 평가 때에 이어 2015년에도 1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2년전 5위에서 이번에 3위로 약진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2위, 일본 ASEC와 미국 존슨 콘트롤스가 각각 4,5위를 차지했다.
네비건트리서치는 비전 및 침투전략, 파트너, 생산전략, 기술, 마케팅, 판매망, 제품 신뢰성, 제품 포트폴리오, 가격 등 12개 분야를 종합해 순위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