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시집가는 딸에게 준 꽃…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

by강경록 기자
2015.10.11 06:12:00

전북 정읍
한국관광공사 추천 단풍과 함께 즐기는 야생화 가을 여행

경북 영주 풍기 달밭골 억새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 가을 한 가지 야생화를 골라서 봐야 한다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구절초가 어떨까? 정읍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은 야트막한 산을 통째로 구절초를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옥정호로 흘러드는 추령천이 산을 휘감아 섬처럼 보인다. 키 큰 해송이 보기 좋은 숲에 구절초가 더해지니 환상의 짝꿍처럼 잘 어울린다. 다른 나무는 베어 공간에 여유를 주고, 바닥엔 구절초를 가득 심었다. 오솔길 같은 산책로를 내고, 정자와 전망대를 만든 것 외에 별다른 구조물을 두지 않아 자연스러운 멋을 풍긴다.

구절초는 줄기에 마디가 아홉 개 있는 풀, 혹은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9월 하순부터 피어 10월 중순까지 절정에 이르는 가을 대표 야생화다. 우리 산과 들, 강변 어디서나 잘 자라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서늘해지면 하얀 꽃을 피워 가을을 알려준다. 꽃이 크고 아름다워서 일찍이 관상용으로 개발되어 씨앗이나 모종을 구하기 쉽다.

본디 꽃은 약재로 쓰인다. 그늘에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월경불순에 좋으며, 불임증에도 효과가 있다. 옛날에는 황토방에 구절초 꽃을 잘 말렸다가 혼례를 치른 딸이 처음으로 친정에 방문할 때 챙겨 보냈다고 한다. 아기가 잘 들어서길 바라는 친정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길고 가느다란 줄기에 하얀 꽃이 피어 누군가 기다리는 여인네를 연상시키는 구절초. 약재 효능까지 여인에게 도움이 되니 구절초는 그야말로 여인의 꽃이라 해도 좋겠다.

가을이면 어디서나 쉽게 구절초를 볼 수 있지만, 드넓은 곳에 무리 지어 피어난 풍광은 정읍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이 최고다. 원래 있던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사용해 자연스럽고, 늘씬한 해송과 구절초가 어우러지니 더없이 근사하다. 공원이 조성된 것은 10년 전이다. 2003년 솔숲이 좋은 곳에 인근 주민을 위한 체련공원을 조성했다가, 2006년부터 구절초를 심어 작은 축제를 열었다. 반응이 좋아 해마다 조금씩 식재 구간을 넓히다 보니 지금은 12ha에 달하는 구간이 온통 구절초다. 강변 평지에 조성한 해바라기, 메밀, 코스모스 꽃밭은 7ha 정도 된다.

넓은 공원을 돌아보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게다가 곳곳에 포토 존이 있고, 피곤한 다리를 쉬려면 넉넉히 예상하는 게 좋다. 안쪽에는 화장실이나 매점이 없다. 구절초가 솔숲에 있어 그늘이 충분하지만, 강변 쪽엔 그늘 없이 탁 트였으니 모자와 생수를 꼭 챙길 것.

바닥에 구절초가 그려진 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소나무 아래 구절초가 빼곡하다. 꽃봉오리는 분홍빛인데 활짝 피면 흰색이다. 간혹 분홍으로 활짝 핀 것도 보인다. 구절초 종류가 11가지인데 종에 따라 분홍색으로 만개하는 것도 있고, 토질이나 돌연변이 때문에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며, 생김새나 향기도 국화와 많이 닮았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가장 높은 언덕에 오르면 왼쪽으로 정자와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아래쪽 논에 유색 벼를 심어 만든 그림과 공원 입구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가면 다람쥐 하늘탑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이 보인다. 바위에 작은 돌탑이 몇 개 놓였는데, 달빛 환한 가을밤이면 다람쥐가 이 돌탑 위에 올라간다고. 탑에 소망을 담은 돌멩이를 쌓으면 하늘에 닿을 것이라는 안내 글귀는 지어낸 말인지 몰라도 숲에서 다람쥐 한두 마리는 만날 수 있다.

다람쥐 하늘탑을 지나면 산책로는 가파른 곳을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산 중턱에서 옆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사랑의 우편함이 두 개 나란히 붙은 곳을 지나 구절초 꽃밭에 우뚝 선 십이지신상에 이르면 구절초 동산을 한 바퀴 둘러본 셈이다. 봄부터 초가을까지 김을 매고, 듬성한 곳에 구절초를 심어 동산에는 다른 야생화가 없다. 일부러 심어놓은 벌개미취와 층꽃나무가 조금 눈에 띌 뿐이다. 동산에서 강변 쪽으로 내려가면 해바라기, 메밀꽃, 코스모스로 넓게 만든 꽃밭이 있다. 메밀은 꽃이 지고 까만 열매가 맺히는 중이고, 해바라기도 끝물이다. 코스모스는 활짝 피어 바람에 흔들린다.

아침 무렵의 구절초동산
공원 안 작은 주차장에서 옥정호 쪽으로 강줄기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강변 풍광이 빼어난 망경대가 나온다. 망경대 아래쪽으로 1960년대에 만든 능교가 있다. 예스러운 모습에 드라마나 영화 배경으로 여러 번 나왔다.

구절초가 절정에 이르면 정읍구절초축제가 열린다. 올해 10회째로 10월 3일부터 11일까지다. 시끌벅적한 축제가 아니라 만개한 구절초를 보고, 구절초 꽃차를 맛보고, 구절초 향기 나는 족욕을 즐기고, 구절초 시를 낭송하며 명상에 잠기는 감성 충만한 행사다. 축제 기간 중 매일 두 번 꽃밭음악회가 열리고, 꽃그림 전시회와 구절초 이야기 거리 등 볼거리도 마련된다.

구절초는 축제 기간 중에 가장 볼 만하고, 10월 하순이면 끝물에 접어든다. 낮에 보는 구절초도 좋지만, 옥정호에서 밀려온 안개가 덮여 몽환적인 이른 아침이나 향이 진해지는 저녁 무렵에 또 다른 느낌이다. 해가 진 뒤에는 일부 산책로와 나무에 조명을 설치해 야경도 볼 수 있다.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에서 아침나절을 보내고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릴 무렵 산외한우마을로 간다. 정읍을 대표하는 한우 마을로, 알뜰한 값에 한우를 실컷 맛볼 수 있다.



산외한우마을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자리한 정읍김동수씨가옥(중요민속문화재 26호)은 김동수의 6대조 김명관이 1784년에 지은 집이다. 화재나 개축 없이 원형 그대로 남아 가치가 높다. 솟을대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행랑채 전용 마당, 사랑채의 이중 구조 다락, 안채의 대칭 구조, 안채 곳간에 지게가 드나들기 쉽게 만든 아치형 구조, 대류를 활용한 부엌의 창살 등 건축주의 기발한 생각이 잘 녹아든 건물이다.

정읍은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이자, 한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가요인 ‘정읍사’의 고장이기도 하다.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여인의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정읍 시내 외곽에 정읍사공원이 있다.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망부상, 정읍사 여인을 위해 제례를 올리는 정읍사 사우, 정읍사노래비 등이 있다. 바로 옆에 정읍사예술회관, 정읍시립미술관, 정읍청소년수련관이 있어 시민의 발길이 잦다.

내장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단풍이 들기 전에도 내장사, 내장산국립공원케이블카, 백련암 등 볼거리가 충분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내장산 첫 단풍은 10월 17일, 절정은 11월 6일이다. 정읍사공원 근처에서 내장호까지 이어지는 백제가요정읍사오솔길도 걸어볼 만하다. 특히 2코스는 호숫가를 따라 데크 로드가 마련되어 가을 풍광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걷기 좋다.

◇여행메모

△여행코스

▷당일 여행 코스= 야생화·명소 탐방 코스 /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망경대→산외한우마을→정읍김동수씨가옥→내장산, 야생화·역사 탐방 코스 /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정읍김동수씨가옥→백제가요정읍사오솔길 2코스→정읍사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망경대→산외한우마을→정읍김동수씨가옥→백제가요정읍사오솔길 2코스→정읍사공원→(숙박)→내장산국립공원케이블카→내장사→송참봉조선동네

△가는길

▷기차= 용산역-정읍역, KTX 하루 16회(05:20~22:15)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

▷버스= 서울-정읍,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2~25회(06:30~22:55) 운행, 약 3시간 소요.

▷자동차= 호남고속도로 태인 IC→우회전→석지로→태산로→매당교차로 우회전→태산로→강진면 칠보 방면 우회전→태산로→산내사거리에서 쌍치 방면 우회전→청정로→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 입구

△주변 볼거리=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백정기의사기념관, 전봉준공원, 피향정, 말목장터, 송참봉조선동네, 옥정호, 무성서원 등

이슬을 머금은 구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