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이통사 과징금 사상최대에 "가슴아프다"

by김현아 기자
2013.12.29 10:48:0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동통신 회사들에 1064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뒤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는 단말기 보조금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지난 27일 각각 560억 원, 297억 원, 207억 원 등 총 1064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는데, 이는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최대 규모다. 2010년 방통위 출범 이후 지난 7월까지 거둬들인 보조금 불법 과징금이 1167.1 억원인데, 이에 근접한 과징금을 한 번에 받은 셈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경재 위원장은 “과징금을 매길 때마다 통신사에 죄송한 것은 공동으로 보조금을 주는데, 통신사만 과징금을 매겨 조금 안타깝게 생각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단말기 유통법에서 제조업체에서 얼마나 보조금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 요청을 하는 것이며, 이 법이 통과되면 과도한 과징금 관계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 외에도 방통위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는 사상 최대 과징금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기류가 적지 않았다. 올 한해 유일하게 영업정지를 받은데 다 4분기 첫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KT(030200)에 “20억 정도 깎아주는 게 어떤가”라는 동정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과징금으로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기획재정부 시각과 다르다. 국가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연말에 뜻하지 않은 1064억 원의 세수를 확보한 기재부로선 나쁠 것이 없지만, 방송통신 전문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속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통사 과징금은 일반회계로 잡혀 국고에 귀속되나, 직접 이동통신소비자의 후생에 쓰이지는 않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 기재부 쪽에서 과징금이 얼마나 될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방통위 출범이후 지난 7월까지 이통3사에 부과한 과징금 현황. 이번에 부과한 1064억 원을 합치면 지금까지 2231.1억 원을 부과한 셈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엄벌 의지를 갖고, 이용자 차별을 개선하려 한다고 해도 현재 구조로는 규제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1대당 주어지는 보조금의 절반 정도는 제조사에서 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 또 미래부와 조직이 쪼개지면서 중앙전파관리소와의 업무 협조도 예년과 같지 않고 인력도 크게 줄어 본부 내 전담인력이 6명에 불과한 현실이다.



때문에 방통위원들은 이통사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주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피심의인으로 참석한 LG유플 임원에게 “이번에 위반평균 보조금을 46만 원 쓴 걸로 돼 있는데, 이 중 제조업체에서 주는 게 얼마나 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LG유플이 “시기와 모델이 따라 다르나 최소 40%에서 많게는 55% 차지한다”고 답하자 “이 법이 통과되면 (통신사에) 과도한 과징금 관계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업정지 여부 등 이번 보조금 제재의 상세 내용은 이경재 방통위원장에게 하루 전날(26일) 보고됐을 뿐, 나머지 위원들은 당일 오전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당일 피심인으로 나온 이통3사 임원들은 소명자료를 준비하는데 애를 먹었고, 말실수까지 있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철통보안이어서 회의 직전까지 알 수 없었다”면서 “유통법때문에 회사의 영업기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것이라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