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나홀로 상승세'… 왜?

by박종오 기자
2013.07.26 07:01:36

재건축사업 속도 내자 한달 새 9000만원↑
"계획대로 추진 쉽지 않아 상승세 이어지긴 힘들 것"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못하고 있다. 매수세는 뜸하고 가격은 약세다. 최근 들어선 주택 거래가 크게 줄면서 가격 하락 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여름철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주택 취득세 감면 종료 등 시장 악재가 겹친 때문이다.

하지만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매매시장은 딴 세상이다. 매물은 찾기 어렵고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연일 상승세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7㎡형 실거래가는 10억5000만원으로 한달 전보다 9000만원 가량 올랐다. 전용 82㎡형은 10억5000만~11억원 선이지만 매도 호가는 이 보다 2000만~3000만원 더 높다.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0.01% 내리며 8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0.03%)·서초(-0.05%)·강동구(-0.56%) 등은 지난 주 모두 아파트값이 떨어졌지만 송파구(0.21%)만 잠실 주공5단지 영향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상승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매수 문의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매물은 여전히 귀하고 호가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매매시장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전경./사진제공:부동산114
이처럼 잠실동 주공5단지가 ‘나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다음달 초 재건축 추진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는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쌍끌이 악재’로 재건축 사업이 표류상태에 놓여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위원장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만큼 주민 간 갈등이 심했고, 한강변 층고 제한 등 서울시 규제로 정비계획조차 불투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답보 상태였던 재건축 사업은 올해 들어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내놓은 한강변 관리 방향에 따라 여의도와 잠실역 일대에 최고 50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신축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새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15층 30개 동에 3930가구로 이뤄진 잠실주공5단지는 앞으로 최고 50층 5890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최근 들어선 해묵은 주민 갈등 역시 곧 해소될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다음달 3일 총회를 열어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출하고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해제할 계획이다. 전체 주민의 조합 설립 동의율도 이미 법정 요구치(75%)에 거의 육박해 남은 걸림돌도 없는 편이다. 박영구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위원장이 선출되는 대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연내 조합설립 절차를 마칠 계획”이라며 “지금 속도라면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 자료:부동산114
하지만 추격 매수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권순형 J&K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잠실 주공5단지 시세는 그동안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장과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며 “잇단 호재에 불구하고 강남권 재건축시장과는 별도로 나홀로 강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재건축 추진위에서 관리처분 단계까지 3년 가량 걸리는 데 조합원 숫자 등을 감안하면 계획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성급하게 시세 차익을 얻겠다고 투자하기보다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