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에어, 노조 변수로 `M&A카드` 급부상

by이정훈 기자
2012.04.21 04:38:41

3대 노조, US에어웨이와 합병 지지 선언
기존 고용계약 파기신청 직전 득실 `저울질`
채권단, 독자생존-인수합병 고민할 듯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모회사인 AMR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독자 생존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노동조합이라는 변수로 인해 인수합병(M&A)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노조는 물론 채권단 역시 어느 쪽이 유리할지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직원들을 대표하는 3대 노조들은 회사를 경쟁사인 업계 6위 US에어웨이와 합병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5만5000명 직원들을 대표하는 연합파일럿협의회와 승무원협의회, 운송노동조합은 "이 합병은 고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한편 더 강력한 항공회사를 만들 수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 노조는 "US에어웨이와의 합병은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구조조정을 완성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며 가장 빠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합병이 진행됐을 경우 직원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약 전반에 이미 합의했고, 이는 회사의 독자 생존 계획에 비해 6200명 정도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노조는 항공산업에서의 인수합병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번 3대 노조의 행보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조측으로서는 기존 회사와 US에어웨이 중 어느 곳으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지지 선언은 오는 23일 AMR측이 뉴욕법원에 직원 해고와 임금 삭감을 쉽도록 하기 위해 기존 고용계약을 파기하게 해달라고 신청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앞서 AMR은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을 냈고 올초 비용을 20억달러 줄이고 직원을 1만3000명 해고하면서 매출을 10억달러 늘려 흑자로 돌아서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경영진은 생존을 위한 합병에는 반대하며 5개 도시에서 20% 정도 항공기를 증편하고 국내선 비행기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독자 생존을 통해 합병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MR의 톰 호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경쟁사들이 인수합병을 노리고 있지만, 회사와 임직원, 주주들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달성하는 길은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노조가 이같은 구속력없는 합병 지지 성명을 내놓은 시점이 기존 노동계약 파기신청 직전에 나온 만큼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생존계획을 이행하는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AMR측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의 합병 지지로 인해 회생절차를 통한 독자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던 아메리칸 에어라인 경영진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항공사는 규모가 더 큰 델타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 등 경쟁사를 추격하고 있는데, 이들 선두사들은 최근 몇년간 대규모 합병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키운 케이스다. US에어웨이는 국제 네트워크가 부족한 반면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국제 네트워크는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고 시장 점유율도 낮다. 기업 고객도 적은 편이다. 이런 점에서 인수합병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US에어웨이측도 합병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AMR측 채권단과 직원들과 접촉을 통해 합병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AMR은 오는 9월까지 법원이 부여한 우선적인 구조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고 필요할 경우 이 기간을 18개월 더 연장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어 US에어웨이측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덕 파커 US에어웨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이 수익성과 효율적 경쟁을 위해 규모를 키워 탁월한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실제 합병까지 가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경영진, 이사회의 지지를 얻는 등 해야할 일이 더 많지만, 이번 노조 지지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007년에도 US에어웨이는 파산한 델타에어라인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다 경영진의 구조조정 계획이 승인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당시의 교훈으로 합병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만큼 우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노조들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노조와의 공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운송노조의 짐 리틀 위원장은 노조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노조는 다각적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특정 조건하에서의 합병을 지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AMR측과 협상을 지속하며 다음주에 있는 법원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