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희동 기자
2009.03.01 10:00:01
환율 11년만에 최고치 급등..불안감 자극 우려
실물경기 침체 바닥은 어디? 2일 '산업활동' 주목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외환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말 달러-원 환율은 1534원을 기록, 11년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당국이 일부 개입한 흔적이 보이기도 하지만 시장 심리는 여전히 위로 열려 있는 듯 보인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징수 면제를 골자로 하는 외화유동성 확충방안이 발표되기도 했지만 외환시장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문제를 잘 활용하면 수출동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어 시장은 오히려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 점치고 있다.
3일 2월말 외환보유액이 발표된다. 이미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차례나 `2000억달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속내를 드러내 시장에선 그동안 마지노선처럼 여겨지던 2000억달러가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먼 사태 이후 500억달러 넘는 달러가 시중에 공급됐지만 환율은 여전히 제자리다.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개입보다 시장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 보이지만 이미 원화는 주요국 대비 가장 많이 떨어진 상태라 방치해 둘 수만도 없는 상황.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비롯, 주요국과의 통화스왑이 진행중이고 규모가 확대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여기에 외평채 발행 등도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어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털어 추가적인 환율방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동안 심리적인 안전판 구실을 해왔던 2000억달러대가 깨진다면 이미 1500원대를 넘어선 환율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의깊게 지켜 볼 일이다.
경기침체 한파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가계소득을 결정짓는 일자리가 곳곳에서 사라지면서 물가를 감안한 가계의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었고, 소비는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번주에는 이같은 냉혹한 현실을 입증할 주요 경제지표들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제조업의 전반적인 현황을 가늠하는 1월 산업생산(2일)이 발표된다.
1월 광공업생산은 12월(-18.6%)에 이어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래 최악의 수치를 갈아치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에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공개된다. 이데일리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2월 CPI는 3.6% 올랐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급격한 물가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월 수출입동향(2일)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2월 무역수지가 30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부가 5일 내놓는 `3월 경제동향(그린북)`은 정부의 경기인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다. 동유럽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주요 기업들은 투자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자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디폴트 국가가 20개국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
WTO는 올해 전세계 교역량이 3%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던 물동량이 올해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1월에 수출실적을 발표한 한국, 일본, 대만 등 수출 강국들은 전년대비 30% 이상의 감소율을 공개한 바 있다.
미국은 대형 은행들의 자본적정성을 측정하기 위한 소위 `스트레스 테스트`의 시행에 들어갔다. 테스트 후 자본금이 부족한 은행들이 6개월동안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스트레스 테스트` 도입의 주요 골자다.
이를 가늠해 보기 앞서 실물지표들을 확인해야 한다.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1월 개인소득, 2월 ISM 제조업지수, 1월 건설지출 등이 공개된다. 3일에는 1월 펜딩 주택판매가 공개된다.
4일에는 주간 모기지 신청건수, 2월 ISM 비제조업지수가 나온다. 5일에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