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넘을래?”..美상원, 멕시코 접경에 600㎞ 장벽 설치

by조선일보 기자
2006.05.19 07:24:45

[조선일보 제공] 미국 상원은 17일 불법입국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주요 접경지역에 600㎞의 3층 장벽을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멕시코 국경에 60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이에 대해 멕시코 정치권은 미국의 장벽 설치가 멕시코 이민자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과 멕시코간의 무력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이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과 함께 805㎞의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초청근로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법안을 83대 16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지난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제안한 국경강화와 시민권 부여의 구상을 따르고 있다.

법안은 불법체류자 고용을 금지하는 반면, 2년 이상 된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 부여를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다만 불법체류자 중 전과자에 대해서는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을 금지했다.

법안을 제안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국경장벽이 이미 존재하는 미국 내 국경인근 지역에서는 범죄율이 낮고 경제가 활성화됐다”며 “불법적인 국경침입을 금지하겠다는 진지한 의지를 보여주는 표결”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이러한 장벽 때문에 필사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이 더 멀리 우회하게 되고, 사망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상원의 법안이 확정되려면 하원과의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원은 지난해 불법체류자들을 중범으로 간주해 합법화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멕시코와의 국경 1120㎞에 장벽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2년 이상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로 한 상원과 충돌이 예상된다. 이날 표결이 있은 상원 건물에는 전국 20개주에서 몰려온 이민법 개정 지지자들이 표결에 참여하는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또 1000명의 시위대들이 워싱턴 시내에서 시위를 했다.

이에 대해 멕시코는 장벽설치가 월경자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뿐 아니라, 불법이민이나 마약수송을 차단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멕시코 주요 3정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멕시코간 이민협정 체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이민협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