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코스피…일단 피하자”…개미들 '피난처' 어디?
by원다연 기자
2024.08.07 05:10:00
침체 우려에 출렁이는 증시…美장기채 ETF로 달려간 개미
美 경기침체 우려에 증시 변동성↑
9월 FOMC ‘빅컷’ 전망 확대
인하 폭 확대 기대에 美장기채로
추가 상승 여력 평가 엇갈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를 피난처로 삼고 있다. 당장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엔화 노출 장기채 ETF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6일 KG제로인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가 8.77% 폭락한 전날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미국 30년국채액티브(H)’ 상장지수펀드(ETF)를 34억 5331만원 규모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ETF는 미국채 30년물을 30% 이하로 담고, 나머지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미국 국채 30년물 ETF에 투자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32억 3249만원 규모 순매수했고,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도 21억 3425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최근 일주일(7월 30일~8월 5일)로 시계를 넓혀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를 51억 6816만원, KODEX 미국 30년국채액티브(H)를 49억 6912만원,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45억 4808만원 규모 순매수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증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기준금리 인하 폭은 더 커질 수 있단 기대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채권 회수 기간(듀레이션)이 길어 같은 폭의 금리 하락에도 그만큼 수익률이 더 커진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오며 증시 급락으로 이어지자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까지 부각하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기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26.5%, 0.50%포인트 인하 확률을 73.5%로 보고 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86.3%, 0.50%포인트 인하 확률을 13.2%로 보고 있던 것에서 급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빅컷을 넘어 9월 FOMC 전 긴급 금리 인하가 필요하단 목소리까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 기준금리는 현재 3.5∼4.0%에 있어야 한다”며 “긴급 금리 인하에 이어 9월 0.75%포인트 추가 인하도 시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를 판단하기에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실업률 상승 가속, 기업 실적 부진 등 정황증거가 확인되는 만큼 기존 예상보다 공격적인 인하 사이클이 가능해졌다”며 “미 국채는 현재 금리에서도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인하 폭 확대에 대한 기대로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수 있어도 현재 시점에서 투자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단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가 미국채 금리를 추가로 하락시킬 수는 있지만 현재 시점에 미국 장기채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는 데 베팅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엔화 강세를 고려한 엔화 노출 미국채 ETF도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엔화 강세와 더불어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며 미국 장기채 금리도 빠르게 하락했다”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국면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