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부모에 국민연금 더 주고 전 생애 혜택 늘려야”[ESF2024]
by김미영 기자
2024.05.23 05:00:00
[8]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자녀수 비례 이상으로 세금 감면, 국민연금도 연계해야”
“저출산 대응 위한 증세, 마지막 카드…재정지출 재편해야”
“서울·명문대·대기업 좇는 한국적 정서 변화 필요”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녀를 많이 낳으면 전 생애에 걸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세 자녀를 둔 부모는 한 자녀를 둔 부모보다 국민연금을 더 주는 겁니다. 자녀 수 비례 이상으로 많은 혜택을 줘 ‘출산은 유리한 선택’이란 인식을 줘야 합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 반등을 위해선 지금까지의 재정지출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체 예산구조의 재편과 조세·사회보험제도 등의 변화에서 나아가 국민 인식 개선까지 아우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재정전문가인 이 교수는 가파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난 우려에도 증세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쳤다.
|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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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새 실험을 하지 않으면 공멸하는 사회로 접어들었다”며 “이미 학습된 재정투입 방식과는 다른 시도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18년간 약 380조원(국회예산정책처 추산)을 쏟아부었어도 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을 막지 못했단 이유에서다.
그가 제안한 건 재정지출 규모를 유지한 상태에서의 정책 변화다. 그는 “주어진 예산 하에서 전체 예산구조를 저출산 대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존의 복지, 보건, 경제 등의 순으로 예산을 고려하지 말고 저출산 대비형으로 재편해 기존 예산 틀 내에서 상당 부분 탄력성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저출산 대비형으로 재편 가능한 예산 항목으로는 국세에서 무조건 20.79%를 떼내 교육청을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예로 들었다. 교육교부금은 초중등 교육비 부담을 낮췄지만 사교육비 감소를 끌어내지 못한데다 그마저도 학령 인구 급감에 다 쓰기 버거운 수준이 돼버렸다. 이에 정부도 내년부터 전면 시행할 ‘유아 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에 교육교부금을 활용키로 지난 17일 방향을 잡았다.
지출 규모 유지는 수입의 유지를 전제로 한다. 이 교수는 전 국민에게 지금과 같은 규모의 세금을 걷되 자녀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더 많은 조세감면 혜택을 주고 그만큼 비출산 성인에게 세부담을 지워야 한단 입장이다. 그는 “지금도 부양가족 소득공제가 있지만 자녀 수 비례 이상으로 세금을 감면해주고 연금도 연계해야 한다”며 “아이 낳는다고 일회성으로 1억원 주는 게 아닌 모든 생애 시점에 강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녀를 낳지 않는 이들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면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멸 위기를 벗어나고 존속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와 세수가 동시에 줄어드는데도 필요한 복지 지출은 늘어난단 점에서 증세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교수도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적 재정 위기는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인구가 2% 줄면 현재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 유지를 위해 소득의 30%가량을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며 “납부자가 줄어드는 건강보험료도 소득의 30% 수준까지 올라 소득세 등 조세부담 30%까지 더하면 감당 못할 지경이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각종 세금과 모든 사회보험료를 합한 국민부담율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달해 증세는 마지막에 꺼내야 할 카드”라며 “증세를 한다면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율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 재정운영 방식과 더불어 우리 사회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극심한 생존 경쟁은 쥐가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한 경쟁일 뿐”이라며 “서울에 살고 명문대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취업해야 성공했다고 여기는 한국적 정서가 강하게 이어진다면 저출산엔 백약무효”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존 경쟁 속에 ‘가족의 소중함’이 묻혀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인구감소 대응, 가족의 소중함을 복원하는 일은 좌우 대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교와 군대에서의 교육이나 종교, 미디어를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인식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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