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여진 보험사기극…조사관 노하우 학습한 AI로 잡아내죠"
by유은실 기자
2024.04.18 05:00:00
[금융인라운지]방중수 삼성화재 車보험조사파트 프로
머신러닝으로 ''사전탐지''…보험사기 유의고객 위험 평가
"비즈니스모델 특허 진행···올해 적발누적액 70억원 예상"
"미래엔 딥페이크 등 활용, 보험사기 영상에 악용할 수도"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보험사기가 조직화·전문화하면서 치밀한 계획 속에 이뤄지는 ‘경성사기(고의적 사고유발)’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성사기는 ‘의도성’과 ‘관계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잘 짜진 보험사기극의 실타래를 풀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머신러닝(AI)를 활용해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경성사기범’을 잡고 있는 방중수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조사파트 프로를 만났다.
| 방중수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조사파트 프로. (사진=삼성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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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만난 방중수 프로는 보험사기방지시스템(IFDS·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 개발 과정에 대해 “혐의 발견율 90% 달성이라는 미션을 받고 낸 아이디어가 ‘보험조사에 능통하신 반장님의 노하우를 적용하자’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AI’에 ‘사람의 지혜’를 더하니 시스템 정확성은 91%까지 높아졌다. 전문가의 축적된 ‘노하우’를 이해한 AI 덕분에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셈이다. IFDS은 이렇게 다양한 위험인자로 구성한 지표를 기초로 하고 보험사기 의심 건에 대한 위험도를 점수로 산출한다. 지난해 6월 IFDS를 오픈한 뒤 잡은 보험사기 편취액(보험금 지급액 기준)만 하더라도 약 40억원에 달한다. 손해보험업계에서 벤치마킹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또한 해당 시스템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BM) 특허 출원등록을 위해 특허청으로부터 심사를 진행 중이다. 방 프로는 “올해까지 최소 70억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성과는 IFDS가 현장에 잘 녹아들도록 노력한 덕분이다. 예컨대 현장에서 사고를 접수하는 보상직원이 사용하는 업무 화면에 ‘번개(확률적으로 사기 가능성 큼)’나 ‘비구름(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능성 있음)’으로 위험도를 알려준다. 현장에서 바쁜 직원의 업무 환경을 고려해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방법을 택했다.
삼성화재의 IFDS 개발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사’이자 데이터 요인분석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방 프로는 삼성화재의 전자금융을 감독하는 업무를 하다가 조사파트로 부서를 옮겼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스템’보다는 ‘수작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방 프로는 “보험사기 시스템 자동화에 초점을 두고 2020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며 “이듬해 9월 ‘사후탐지 중심’의 IFDS를 개발한 뒤 한 단계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지난해 고도화한 IFDS 2단계 기능을 개발했다”고 했다.
방 프로는 최근 고의적인 자동차보험사기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다 전문적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보험사기극을 꾸미는 이른바 ‘메뚜기’가 확대되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진로변경 법규 위반 차량 등을 대상으로 자동차 고의사고를 유발한 보험사기 혐의자는 총 109명이며 이들은 1581건(84억원 규모)의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중점을 둔 부분도 ‘보험사기 사전탐지’였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조사파트는 사전탐지 기능을 강화해 ‘고의 사고’ 의심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 예를 들어 유턴하는 도중 마주 오는 A차량을 피하려다 B차량과 접촉사고를 낸 황 모 씨가 A·B차량이 의심스럽다고 설명하자 삼성화재 조사파트는 곧바로 IFDS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 결과 A·B차량이 보험사기 이력이 있고 과거 적발사건에 동승한 다수 인원을 확인했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으로 밝힌 혐의자만 18명이며 적발금액은 1억 4000만원 수준이었다.
보험조사 영역의 미래 과제에 대해서는 ‘영상 사각지대’를 꼽았다. 고의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성사기범은 영상이 없는 곳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방 프로는 “보험사기는 증거 수집에 관한 문제가 주효하다”며 “영상물 확보 문제뿐 아니라 미래엔 딥페이크 등을 활용해 악의적 목적으로 제작하는 영상에 대한 도전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