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파트타임 천국' 네덜란드…60세도 "은퇴 아직 멀었죠"

by김범준 기자
2023.08.09 06:00:00

[대한민국 나이듦]⑦ 네덜란드
1770만 인구 중 65세 이상 20.7% '초고령화'
'바세나르 협약' 노·사·정 경제 개혁 대타협
차별 없는 시간제 도입…노동 유연성·고용↑

[암스테르담·로테르담(네덜란드)=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은퇴요? 지금 하는 일이 좋고 여전히 건강하기 때문에 아직 멀었죠. 35년 동안 여러 회사를 거치며 활동하고 있어요. 더 나이가 들면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거나 재능 기부하며 살아갈 계획입니다.”

네덜란드 공공기관 브라반트 개발청(BOM)에 근무하는 에드윈 존더(Edwin Zonder·60)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난 6월22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무역항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투자 유치 설명회 참석을 위해 이른 아침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푸른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한 손에 커피와 가방을 들고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직원 100명 중 10명은 저 같은 55세 이상 고령층”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센트럴역 앞에서 에드윈 존더(Edwin Zonder) 브라반트 개발청(BOM)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며 고령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급속한 고령화·저출산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늙었지만 건강히 잘사는 나라 중 하나다. 유엔(UN) ‘세계인구현황’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올해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73%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20% 이상)에 진입했다. 평균 기대수명은 약 81.8세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네덜란드 총인구는 약 1770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7840달러(약 7565만원)다.

특히 네덜란드는 인구 변화에 따른 각종 사회경제 정책 마련을 위해 지난 1950년부터 노·사·정 3자가 합의하는 사회경제위원회(SER)를 운영하고 있다. 1982년 루버스 내각이 추진한 경제개혁 아래 사용자협회와 노동총연맹이 시간제 고용 확대를 위해 체결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Agreement)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파트타임(시간제) 근로는 한국에서 통념적인 저임금 임시·비정규직과는 엄연히 다른 ‘정규직’에 속한다. 풀타임(전일제) 근로자와 똑같이 근무 시간·기간에 비례해 급여와 유급 휴가를 받고 각종 복지와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육아와 건강 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을 이유로 자발적 파트타임 근무가 늘었다. 이는 곧 노동시장의 유연성 및 고용률 신장과 함께 고령층의 지속 가능한 근로를 이끌었다.

네덜란드 사회고용부(SZW)에 따르면 지난해 네덜란드의 핵심노동인구(25~54세) 고용률은 86.8%로, 한국(77.0%)과 OECD 평균(79.3%)보다 크게 높다. 정년 이전 고령층(55~64세) 고용률도 71.4%로, 한국(66.3%)과 OECD 평균치(61.4%)를 웃돈다. 올해 7월부터 법정 최저임금(21세 이상 주 40시간 풀타임 근무 기준)은 시간당 11.51유로(약 1만6574원)다.

고상영 코트라 암스테르담 무역관장은 “네덜란드 노동시장은 고용률과 유연성이 높고 일손이 부족한 편이라 상시 채용과 수평적 파트타임 근무가 활성화돼 있다”면서 “정년까지 근면하게 일하면서 소득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오다가, 은퇴 이후 연금 등 복지 혜택과 모아둔 돈을 쓰며 여생을 즐기는 사회 분위기”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