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사라진 시행 39년 노인 '무임승차' 논의[현장에서]
by양희동 기자
2023.07.31 07:00:00
올초 與와 서울시 등 70세 상향 등 해법 활발히 논의
실제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에선 자취 감춰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정치권선 거론에 부담
65세 이상 2043년엔 2배 이상 급증…해결 시급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시가 오는 8월부터 버스요금은 300원, 10월부터 지하철요금은 150원(내년 추가 150원)을 인상할 계획이다. 또 부산시도 9월부터 버스·지하철요금을 300~400원씩 올리는 등 올 하반기 전국적으로 대중교통요금이 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가파른 물가 상승세 속에 이뤄져, 서민 경제 부담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들은 정부의 물가 시책에 협조해,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한 만큼 더는 늦출 수 없단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올 초 대중교통요금 인상과 맞물려 격론이 벌어졌던, 만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무임승차’ 관련 논의는 완전히 실종됐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코로나19 여파 등을 포함해 최근 5년(2019~2023년)간 만 65세 무임승차 누적 손실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여러 광역 지자체장들은 정부에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PSO)’ 등을 요구해왔지만, 기획재정부는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 올해부터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만 65세 인구 전망. (자료=통계청·단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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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선 만 65세 노년층 등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1984년 시행 이후 39년 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제도를 손 봐야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제기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손실 보전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또 지난 2월엔 여당인 국민의힘과 서울시, 대한노인회 등은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문제 해법으로 △출·퇴근 시간대 이용제한 △무임승차 연령 만 70세 상향 △무임승차 횟수 제한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상반기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며 모든 논의는 한순간에 중단돼 버렸다. 그리고 실제 하반기 요금 인상 방안에선 핵심 중 하나였던 무임승차 관련 사안은 모두 빠져버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년층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무임승차 부분은 여야 모두 언급하는데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3월이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노인 등 무임수송비용에 관한 국고보조금 지원에 관한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뀔 18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무임승차 문제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통계청의 미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만 65세 이상 인구는 1184만 2553명이지만 10년 뒤인 2033년엔 51.1% 증가한 1789만 8895명, 20년 뒤인 2043년엔 2배 이상 늘어 2427만 1067명에 달할 전망이다. 18년 허송세월을 또다시 반복하기엔 우리나라 노령화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지하철 승객의 절반이 무임승차자가 되는 미래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