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땡큐" 1300원대 환율에 한숨 돌린 서학개미들

by김보겸 기자
2023.05.25 06:00:00

기술주 투자한 서학개미들, 수익 실현하며 안도
금리인상 리스크 줄었는데 1300원대 환율 지속
원화 강세 및 미국 기술주 둔화 전망은 우려 요인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서울 용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31세 정모씨는 최근 주식 계좌를 열어보고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1년 내내 마이너스이던 계좌가 손실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술주로 90%를 채운 정씨의 계좌가 달러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8%를 기록 중이지만, 환율이 1320원대로 버티는 상황에서 올 들어 구글 등 기술주가 오르면서 원화로는 2% 넘는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금리 인상 리스크가 줄어든 가운데 고환율이 계속되면서 기술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운 서학개미들이 안도의 한숨을 짓는 모습이다. 기술주 주가는 올 들어 폭등한 데다 환율 상승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초 89.12달러였던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23일(현지시간) 122.56달러로 37%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도 4300억달러 넘게 올랐다. 이외에도 메타는 올 들어서만 97% 폭등했다. 애플(37%), 마이크로소프트(31%), 넷플릭스(20%), 아마존(34%) 등도 급등하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14% 넘게 상승했다. 올해 S&P500 시가총액 증가분에서 7개 대형 기술주 기여도는 98.9%에 달한다.

미국 기술주 주가가 상승한 것은 금리 인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금리가 내리면 기술주들의 자금 공급이 수월해지는 데다 기업이 창출할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높아진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기준금리 인하를 건너뛸 수 있다고 발언했지만 통화긴축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보긴 어렵다”며 “추가 통화긴축을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성장주에 부담스러운 발언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00원대를 유지하면서 서학개미들은 환율 상승 효과까지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환율은 1320.01원으로 전월 대비 1.1% 올랐다.

다만 현재 고환율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는 원화가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약하지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되면 위안화가 강세를 띠며 프록시(대체) 통화인 원화도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가 일시적으로 유지될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방향성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 경기 경로가 위안화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면서 경기 하강 국면을 탈피하려 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로 인한 유동성 효과로 민간 부문에서 소비 여력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기술주 상승세가 곧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턴 기술적 전략 책임자는 지난 18일 CNBC 인터뷰에서 “기술주를 사랑하지만 너무 비싸졌다”며 “대형 기술주가 둔화할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