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 없네”...또 다시 쌓이는 요구불예금

by전선형 기자
2023.04.03 06:00:00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2개월 만에 24조 늘어
예적금 금리↓, 주식ㆍ부동산 저가투자 기다려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은행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2개월 새 24조원이 불었다. 예ㆍ적금 상품의 금리 상승 기대감이 줄어든 반면, 주가,ㆍ부동산 시장 반등 가능성을 주시하는 대기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지난달 30일 기준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13조346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말 656조4840억원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직전 2월말( 609조1534억원)에 비해서 4조1927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1월말과 비교해서는 무려 24조7430억원이 늘었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요구불예금이란 정기예금과 달리 입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입출식 통장이 대표적인 요구불예금 상품이다. 유동성이 높은 대신 연 0.1%대로 금리가 매우 낮다.

올해 들어 요구불예금에 돈이 불어나고 있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은 보통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 성격이 짙다. 지난해의 경우 은행 예금 금리가 5%대 이상을 보이면서 고금리혜택을 받으려는 개인ㆍ기업들이 예금이 돈을 예치하면서 요구불예금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최근 은행 예금 금리는 3%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투자 매력을 잃었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3%대 초중반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3.54%,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이 3.5%,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3.5%, 신한은행의 쏠편한정기예금은 3.4%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5%대를 넘던 것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865조6531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월 8조8620억원, 올 1월 6조1866억원이 연속 감소하며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반등을 노리는 대기자금도 늘었다. 저가에 매수하겠다는 심리다. 특히 주식시장의 경우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2200선이었던 코스피가 지난달 8.44% 오르는 등 2400선을 돌파하는 등 반등기류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4월에 2500선 돌파를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날 곳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증시 참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0조5445억원을 나타냈다. 지난달 1일에는 51조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48조7383억원, 12월 46조2760억원, 지난달 45조862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늘어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규모는 작년보다는 줄었지만, 연도별로 따지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3월에는 성과급 지급도 있고, 배당도 있어서 조금 늘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예ㆍ적금 투자를 줄이고, 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편”이라며 “다양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증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