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열풍]기업은 앞다퉈 테니스 마케팅 경쟁중

by이석무 기자
2022.09.23 05:05:00

유진투자증권·하나은행, 남녀 코리아오픈 테니스 후원 나서
오리온, 테니스단 창단...''레전드'' 이형택 지도하에 유망주 육성
KIA, 2002년부터 호주오픈 후원...나달과 20년 동반관계

하나은행 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 공식 포스터.
최근 테니스단을 공식 창단한 오리온. 사진=오리온 제공
[이데일리 이석무 기자] 최근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기업들도 테니스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국내 유일의 여자테니스협회(WTA. Women‘s Tennis Association) 정규투어 테니스 대회인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를 개최한다.

WTA 정규투어 대회는 ‘그랜드슬램’이라 불리는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을 제외하고 여자 테니스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는 매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내 유일의 WTA 주관 국제 여자 프로 테니스 대회다. 지난 17일을 막을 올려 25일까지 총 9일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선수를 비롯해 영국, 미국, 호주, 라트비아 등 총 80여명이 출전해 우승컵을 놓고 경쟁한다. 지난해 US오픈 예선부터 우승까지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던 에마 라두카누(영국·세계랭킹 11위)와 2017년 프랑스 오픈 우승자인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세계랭킹 16위)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하나은행은 이번 대회 티켓 예매서비스는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진행한다. 대회 기간 중 그룹 공식 유튜브 ‘하나TV’를 통해 MZ세대 테니스 동호인을 위한 테니스 레슨 콘텐츠 시리즈, 대회 준비 선수들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등을 방송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은행, 하나원큐 K리그 타이틀 스폰서, 하나원큐 여자 농구단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비인기 종목, 장애인 체육 후원 등을 꾸준히 지속해 국가대표 금융그룹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24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남자 대회 ‘2022 ATP코리아오픈’에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한다. 2022 ATP코리아오픈은 26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ATP 프로 투어 대회다. 올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2위에 오른 캐스퍼 루드(노르웨이)를 비롯해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상당수 참가한다.

유진투자증권 고경모 대표이사는 “26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ATP투어 대회의 타이틀스폰서로 확정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역사와 품격이 있는 테니스가 국내에서도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7월 테니스단을 창단했다. 감독은 한국 테니스의 ‘레전드’ 이형택이다. 이형택 감독은 현역 시절 US오픈 남자 단식 16강에 오르는 등 한국 테니스 역사를 바꾼 주역이다.

오리온은 이해선(17)과 김장준(15) 등 어린 선수를 영입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세계적인 선수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유망주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내외 주니어 대회 출전에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리온은 지난 8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오리온 닥터유배 창원국제남자 테니스대회를 후원하는 등 테니스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해외마케팅에 테니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윤윤수 회장이 직접 국제 테니스 명예의 전당 공동 의장을 맡는 동시에 테니스 선수 후원 프로그램 ‘휠라 글로벌팀’은 이끌고 있다.

휠라는 디에고 슈와르츠만, 존 이스너, 애슐리 바티 등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선수들을 활용한 제품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휠라 브랜드를 처음 세상에 알린 ‘테니스 전설’ 비외른 보리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윔블던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한 유망주 조세혁과 후원계약을 맺기도 했다.

휠라는 향후 테니스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내 테니스 프로젝트팀 구성, 제품군 확대, 테니스 앰배서더 및 후원 선수를 연계한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기아차는 테니스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2002년부터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을 후원했다. 2002년 첫해 약 7900만달러에 불과했던 홍보 효과는 2011년은 7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20년 넘게 호주오픈과 동행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섰다.

특히 2004년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 3위)과 후원계약을 맺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당시 17살 유망주였던 나달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 때문에 미래가 불안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과감히 나달에게 투자했다. 기아차의 든든한 후원을 받은 나달은 이듬해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뤘다. 이후 역대 최다인 22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전설’로 우뚝 섰다.

지금의 나달은 1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위치에 있다. 세계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나달은 무명 시절 자신을 후원하고 아플 때 응원해 준 의리를 잊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아차는 나달과 5년 연장계약을 맺으면서 20년 넘게 동반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서울 기아차 본사와 나달의 고향인 스페인 마요르카를 실시간 연결해 진행된 후원 연장 계약식 온라인 라이브에는 무려 13만여 팬이 함께 참여했다.

한국 테니스 유망주 조세혁이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후원 조인식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