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독서실 남녀혼석 금지' 조례 따라야 할까[사건프리즘]

by한광범 기자
2022.02.14 07:18:15

대법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지나친 개입…위헌"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학원이나 독서실 등의 면학분위기 조성을 이유로 제정한 ‘남녀혼석 금지’ 조례는 지켜야할까?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북 전주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는 A사는 2017년 12월 1일 전라북도 전주교육지원청 지도·점검을 받았다. 교육지원청은 독서실 좌석 배치가 애초 등록한 배치도와 다르게 남녀혼석으로 구성돼 있다며 교습정지 10일 처분했다. 이는 ‘남녀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해야 한다’는 전라북도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 조례를 위반에 따른 조치였다.

A사는 교습정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사는 “해당 조례는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무효인 규정에 기초한 교습정지 처분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학원법이 조례에 위임한 것은 ‘학습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시설 운영 방법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며 “해당 조례는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난 만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A사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남녀 사이의 빈번한 대화 등으로 학습 분위기 저해 가능성이 있다. 좌석 구분은 이성과의 불필요한 접촉 차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헌법의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직업수행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 장소 용도·이용 목적과 상관없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조례”라며 “남녀 좌석을 구분해 면학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건 사적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결론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