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금리인상 언제?…8월 성장률 전망에 달렸다

by최정희 기자
2021.06.06 09:19:10

이주열 총재 연내 금리인상 시사..시기에 촉각
8월 수정 전망서 성장률 유지시 금리인상 가능성
이 총재, 금리 조정때 '소수의견' 내고 움직여
대선 및 총재 임기는 금리인상 변수 작용 희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보다 더 확실한 시그널은 없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부터 8년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들었다. 이 총재는 국장 시절부터 금통위 회의에 참석한 경력만 따지면 역대 최다 참석자다. 총재 말 한마디가 갖는 영향력을 모르지 않는 데다 신중한 성격까지 더해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지난 달 27일, 한은의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과 금통위 회의 이후 이뤄진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분명한 어조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우리가 본 대로 가고 있는지 그 여부를 좀 더 확인하겠다”며 ‘가까운 장래’, ‘당분간’이란 표현으로 현 통화정책을 유지할 기간까지 제시했다. 석달 후인 8월 성장률을 수정 전망할 때 현 전망(올해 4%, 내년 3%)만 유지해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총재는 연초부터 금리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3월엔 올해 성장률 3% 중반을 자신하더니 자신의 임기내 주요 과제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꼽았다. 4월엔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3% 중반 성장률이 현실화될지를 좀 더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당시 시장에선 ‘금리 인상 씨앗이 뿌려졌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씨앗은 빠르게 자라났다. 5월 경제전망에선 4% 성장률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 성장률은 코로나 이전 최근 5년간(2015~2019년) 평균 성장률 2.76%보다 높을 뿐 아니라 2%초중반대 잠재성장률도 넘어서는 수치다. 성장률 전망치만 봐도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할 만한 숫자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총재는 현 통화정책에 대해 ‘큰 폭의 완화 기조’라고 평가했고 경제 전망에 대해선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성장률과 잠재성장률간 차이) 해소 시기가 한층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고 ‘당분간’에 대해선 ‘가까운 장래’라고 표현했다. 중앙은행 문구 중 ‘상당기간’이 보통 6개월로 통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6개월보다 훨씬 더 빠른 시점이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우리가 본 대로 가고 있는지 그 여부를 좀 더 확인하겠다”이라며 “앞으로는 경제 지표, 경제 상황의 개선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즉, 8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때 5월 전망했던 올해 4%, 내년 3%만 유지해도 금리 인상 조건을 충족한다는 메시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 빨리 긴축 신호를 켜는 것이 통화정책 운용에 더 유리하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경기는 빠른 회복세로 향해 가고 있다. 경기 회복 과정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5일 자정기준 1차 접종자는 누적 745만5726명으로 통계청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인구현황 5134만9116명 대비 14.5%를 기록했다. 2차 접종 완료자는 누적 227만7137명으로 전국민 대비 4.4% 수준이다

잔여(No show·백신 예약자가 접종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발생) 백신을 예약하는 앱에 접속량이 집중, 불통이 발생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자는 764만2122명으로 접종 대상자(946만9550명)의 80.7%에 해당한다.

팬데믹 우려가 완화하면서 소비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는 3월과 4월 전월비 2.3%씩 증가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5월 수출은 1년전보다 45.6% 증가, 1988년 8월 이후 32년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

다만 일각에선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3월 31일 이 총재의 임기 종료가 금리 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때까지 금리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행태만 따져보면 대선 등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대선(2007년 12월 19일) 약 4개월 전인 2007년 8월 9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5.0%로 올랐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약 2개월 전인 2012년 10월엔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종료 전에 금리를 조정했던 때도 있다. 박승 전 총재는 자신의 임기 종료(2006년 3월말) 두 달 전인 2월에 금리를 0.25%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통화정책은 금융·경제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제 임기나 정치 일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신호를 줄 것인지다. 이 총재는 자신의 임기 시작 후 지금까지 11차례의 기준금리 조정 과정에서 10차례에 대해 금통위원 소수의견을 낸 후에 금리를 조정했다. 이런 경험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나온 뒤에야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서 끝날 것인지, 그 이상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성장률이 현 전망치 이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대출 금리 상승과 무관하게 대폭 증가하고 있고 비트코인, 밈(Meme·SNS 등에서 인기를 끄는 종목) 주식 등 위험추가 성향이 강해지는 등 저금리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으로 방향을 튼 상태에서 1년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렸던 적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던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였다. 1년여 기간 동안 다섯 차례 올렸다. 최근엔 2017년 11월, 2018년 11월에 각각 한 번씩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