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여행]'코로나 블루'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다

by강경록 기자
2020.09.12 06:00:00

자료 및 사진=터키문화관광부

터키의 첫 슬로우 시티, 세페리히사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지중해에 위치해 보스포루스 해협을 기준으로 두 개의 대륙의 교차점에 있다. 다양한 문화와 기후가 교차하는 허브이자 수 세기 동안 문명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역사는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관광자원으로 매 순간 여행객을 감동하게 하는 곳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랜선여행’은 코로나 블루로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느긋한 삶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터키의 슬로 시티다.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에 기반을 두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도시다. 터키에는 총 18개의 슬로 시티가 있다. 바쁜 일상이 주는 피로를 잠시 떨쳐버리고, 느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터키의 대표 슬로 시티 세 곳을 소개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대 도시에서의 슬로우 라이프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세페리히사르’가 제격이다. 세페리히사르는 인구 3만 2000명이 사는 작은 해안 마을로 터키 남서부 이즈미르에서 4.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도시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및 풍력이나 지열 등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페리히사르에서는 지속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경험해볼 수 있다.세페리히사르 지구 내에는 기원전 2000년 크레타 인들이 세운 고대 도시 테오스의 디오니소스 사원, 아고라, 극장 등 다수의 고대 유적들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어 고대 도시로의 역사 여행을 가능케한다. 세페리히사르의 대표 명소 시가식 항구에서는 낚시와 요트를 즐기며 슬로우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시장에서는 귤 잼, 토마토 페이스와 같은 지역 특산품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수공예품 구매가 가능하다.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아키야카


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한적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싶는 곳이다. 터키 남서쪽 물라 주에 위치한 아키야카는 거리의 노점상이나 큰 음악 소리와 같은 도시 소음에서 벗어나 때묻지 않은 청정 자연 속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평화로움이 가득한 여행지. 2011년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며 여행객 사이 떠오르는 여행지 중 하나다. 녹음이 우거진 산,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바다를 자랑하는 아카야카는 어디를 가든 푸른 바다와 마주한 탁 트인 전경을 누릴 수 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의 향긋한 공기는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더불어, 지중해보다 염도가 낮은 에메랄드빛 해변가에서 즐기는 카이트 서핑은 아키야카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이다. 빨간 지붕의 전통 목조 주택과 알록달록 꽃들이 가득한 정원이 반기는 고요한 마을, 바다 위를 떠다니는 어선들이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이색적인 풍경을 간직한 물에 잠긴 도시, 할페티


이색적인 풍경과 함께 슬로우 시티의 미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할페티가 제격이다. 터키 남동부 아나톨리아 지역의 첫 슬로우 시티인 할페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연산 흑장미가 자라는 곳이다.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댐 건설로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할페티는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뾰족한 모스크 첨탑과 사람들이 머물던 강기슭의 건물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과거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상상하게 한다. 특히 유유자적 유람선을 타고 호수와 물에 잠긴 유적을 둘러보는 할페티 보트 투어는 양옆으로 늘어선 바위산과 동굴 등 눈앞에 펼쳐진 이색적인 풍경이 힐링을 선사하며, 소셜 미디어 상에서 회자되어 숨은 인생 샷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더불어 강변을 따라 위치한 플로팅 레스토랑에서는 지역의 특색이 담긴 케밥이나 할페티에서 생산된 바나나와 자몽 그리고 땅콩을 이용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