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범죄는 잊혀지지 않는다”… 레진코믹스 ‘보고 싶은 얼굴’

by김정유 기자
2020.04.18 06:00:00

가해자·피해자 양면성 들춰보는 스릴러 웹툰
적절한 심리묘사, 반전 거듭하는 스토리 ‘눈길’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범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 법적으로 정해진 공소시효가 절대적인 기준일까. 아니다. 피해자들의 정신적인 충격과 트라우마가 지속되는 동안은 범죄의 유효기간은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현실 속 세상은 다르다. 과거 학원폭력, 성폭행 등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성인이 돼 해당 범죄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면 조용히 묻혀버린다. 범죄자가 아이돌 가수나 배우 같은 공인이 되지 않은 이상은 다시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힘들다. 이것이 현실이다.

레진코믹스 ‘보고 싶은 얼굴’은 이 같은 범죄자와 피해자의 양면성을 들춰내는 스릴러 웹툰이다. 이 웹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쉽게 양분하기 어렵다. 과거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던 주인공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피해자가 되는 전개여서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보고 싶은 얼굴’은 이처럼 복잡한 관계를 치밀한 심리 묘사와 스토리로 풀어나간다.



주인공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순태’다. 순태는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여자친구 나연과 함께 살고 있다. 사건은 돌연 일어난다. 긴 머리의 교복을 입은 여자가 나연을 스토킹하면서 순태을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여러 사건들을 겪은 후 순태의 앞에 나타난 스토킹범은 자신이 학창시절 때 알았던 ‘누리’였다. 이 과정에서 순태의 과거가 드러난다. ‘인천성폭생 사건’의 장본인. 학창시절 한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순태의 과거다. 순태는 오래전 잊혀졌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범행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까봐 전전긍긍한다. 이 과정에서 순태와 성폭행에 가담했던 친구들도 하나둘 죽어나간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나연에게 극진했던 순태의 성격이 조금씩 바뀌어간다. 자신의 과거 범행이 탄로날까 예민해지면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한다. 여자친구인 나연은 순태가 과거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를 점점 멀리한다. 순태는 이런 나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나연을 성폭행하기까지 이른다. 점차 본성이 나오는 순태, 이젠 누가 스토리상 ‘악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웹툰의 스토리는 복잡하게 흘러간다.

‘보고 싶은 얼굴’은 누군가에겐 이미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가 어떤 이에겐 ‘현재진행형’이라는 접점에서 기획된 웹툰이다. 범인이 처음부터 공개되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웹툰을 그린 진성민 작가는 스토리 초반부부터 진짜 범인에 대한 단서들을 슬쩍슬쩍 내보인다. 독자들 입장에선 이를 보며 추리해나가는 재미도 있다. 작화 역시 최대한 심리묘사에 집중하면서 스릴러 웹툰 특유의 긴장감을 끝까지 이어나가 몰입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