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문신 가능…중견그룹, 시대 맞게 문화 바꾼다

by강경래 기자
2019.07.01 06:00:00

교원 5월 이후 호칭 매니저·연구원 통일, 복장도 자율화
대교 자율복장제 도입, 임직원 소통 위한 '타운홀미팅'
대명 자율복장제 실시, 문신·헤나·액세서리 등 허용
"4차산업시대, 빠른 변화가 기업 생존 결정"

자율복장을 한 대교 직원들이 최근 본사 내 마련한 사내도서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대교)
[이데일리 강경래·김호준 기자] 교원그룹은 지난 5월 이후 직급체계를 매니저와 연구원으로 일원화했다. 기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직급을 매니저로 통일한 것. R&D(연구·개발) 인력일 경우 연구원으로 호칭한다. 이와 같은 직급개편은 그룹 전체에 적용한다. 다만 임직원과 함께 파트장·팀장 등 직책은 유지키로 했다.

교원그룹은 호칭파괴 외에도 기업문화에 있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데이’로 정해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해온 것을 확대, 평일 복장완전자율화를 도입했다. 워킹맘·워킹대디를 위한 출퇴근자율제도 도입, 출퇴근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되도록 했다. 교원 관계자는 “앞서 창의적인 업무공간인 ‘씨랩’(C.LAB)을 구축해 근무공간에 있어 혁신을 꾀했다면, 이번엔 직급체계·복장자율화 등을 도입하며 기업문화에 변화를 준 것”이라며 “호칭파괴 등을 통해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그룹 사이에서 최근 호칭파괴와 함께 복장자율화 등 기업문화 바꾸기가 활발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효율을 높이는 한편, 창의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목적이다. 이는 4차산업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명그룹은 최근 용모와 복장을 임직원 자율에 맡기는 ‘대명 용모 복장 3.0’ 시행에 착수했다. 이번 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명그룹 직원들은 반바지를 포함한 모든 복장이 허용된다. 염색과 액세서리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헤나와 문신까지 가능하다.

이번 대명 용모 복장 3.0은 서울시 문정동 본사를 비롯해 전국 리조트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직원 전체에 적용된다. 다만 고객을 접하는 서비스직 임직원 등은 예외다. 대명그룹은 앞서 올해 초 그룹 임원과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도 3개월 간 실시했다. 임원과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최근 트렌드와 이슈, SNS 활용법 등 다양한 정보를 교환했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조차도 경직된 기업문화라고 판단하고 복장자율화를 도입했다”며 “임직원 개개인 개성이 드러나면서 향후 업무에 있어 능률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율복장을 한 대명그룹 직원들이 서울시 문정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제공=대명그룹)
대교그룹은 직원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업무와 일정에 따라 복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복장자율화 역시 도입했다. 이 밖에 △사내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 게시판’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연차 알림제’ △즐겁게 일하는 문화를 위한 ‘플레이 대교’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사내 도서관도 마련하는 등 사고 유연성과 함께 근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대교그룹은 향후에도 ‘타운홀미팅’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기업문화 개선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타운홀미팅은 임원과 직원들이 함께 모여 주제에 따라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진행한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고객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견그룹의 변화는 그동안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견그룹에 앞서 국내 주요 대업들은 이미 호칭파괴와 함께 복장자율화 등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4월부터 △주임 △선임 △책임 △수석 등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로 통일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임원 이하 호칭을 ‘프로’로 일원화했다. LG전자 역시 직급을 △사원 △선임 △책임 등 3단계로 단순화했다. 복장자율화와 관련, 현대차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CJ 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복장자율화를 시행 중이다.

이렇듯 대기업에 이어 중견그룹이 호칭파괴와 복장자율화 등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선 것은 4차산업시대에 따라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시대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경영에 있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며 “중견그룹이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