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2만 톤 음식물 쓰레기.. 우리집 개가 먹는다고?

by정성광 기자
2019.05.09 00:05:21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 구마다 달라
비료화 혹은 사료화 과정 거쳐
동물권 단체, 동물은 쓰레기 분해기 아냐

(사진=이미지투데이)

“여름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썩고 곰팡이 펴서 악취가 나잖아요. 사람들은 그걸 버리면서도 구역질을 하는데 이걸 동물에게 먹인다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요”

반려견 한 마리와 같이 살고 있는 대학생 김라미(가명·25) 씨는 최근 음식물 쓰레기 배출 분류 기준이 적힌 기사를 접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기준이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재료라는 사실을 보고 놀랐다. 김 씨는 “이미 사람이 먹지 못하는 음식이고 심지어 썩으면 안좋은 성분들도 발생할 텐데 이걸 어떻게 사료나 비료로 만든다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동물과 같이 살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 끔찍하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음식폐기물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양은 2만 톤. 연간으로 따지면 740만 톤에 이른다. 게다가 수거 및 처리 비용으로 연간 약 2조 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사용된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김 씨처럼 사료로 사용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스냅타임이 만난 시민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부패한 음식물이 동물이 먹는 사료로 만들어지는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스냅타임이 서울 지역 구청들에 문의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음식물 쓰레기 구청마다 처리 과정 달라

스냅타임이 서울 시내 다수의 구청에 확인한 결과 구청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과 과정이 모두 달랐다. 크게 비료화하는 과정과 사료화하는 과정으로 나뉘고 건조 후 소각한다는 구청도 있었다. 구조는 위탁으로 처리하는 곳이 더 많았지만, 자체 시설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퇴비의 원료로 사용하는 곳은 성북구청, 서대문구청, 노원구청 등이 있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처리하면 물이 되고 사료로 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대부분은 비료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관리하는 것은 아니고 공개입찰로 위탁 업체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위탁 업체에서는 “말려서 감량화한 다음에 퇴비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 역시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해 중간 퇴비물로 만든다”며 “원래 직접 운영했으나 올해부터 공단 지정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경기 북부에 다섯 군데 처리 업체와 계약해 수거 업체에서 직접 운반해서 처리해 비료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원구 위탁 업체 중 한 곳 관계자는 “물은 저장 탱크로 가고 음식물은 비닐을 거른 후 파쇄해서 퇴비의 원료로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이 업체도 이전에는 사료로 급여했지만 함수율 문제 때문에 닭에게 먹이지 못하게 됐고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청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환경지원센터에 모아서 음식물 저수조에 넣으면 미생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고 나머지는 소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화하는 지역도 있었다. 송파, 도봉, 강동 등이 대표적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위탁 업체를 통해 건조화 사료로 만들고 있다”며 “닭, 개, 고양이 등이 이 사료를 먹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름철 부패하기 쉬운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여름에 사료에서 냄새가 좀 날 수 있겠지만 처리 과정에서 여러 방식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마다 사정에 맞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파구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위탁 업체 관계자는 여름철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화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음식물이 배출 과정에서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채 하루가 되기 전에 건조가 되고 100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가열을 하면 균이 사멸 하기 때문에 폐기물 관리법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완성된 제품에서도 곰팡이 독소나 그런 것이 나오지 않고 동물이 먹는 사료이기 때문에 약품 처리도 따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사료를 먹는 동물은 광우병 때문에 반추 동물의 경우 법으로 금지돼 있어 닭이나 돼지, 개, 양어 등에 중간 도매를 한다고 말했다.

도봉구청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전해왔다. 다만 도봉구청은 자체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식용종식시민연대 회원들이 음식물 쓰레기 동물 먹이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동물은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 아냐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는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에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전 이사는 “자원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가 진행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렇게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동물을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처럼 여기는 것은 동물 학대이고 말이 안 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전 이사는 “심지어 여름에는 사람이 먹었던 음식의 경우 2시간만 지나도 부패하는데 부패한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습식 사료는 전염병의 위험이 높고 멸균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패 과정에서 독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규격에 맞고 점검과 관리가 가능한 건사료화 업체 말고는 당장 폐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 이사는 “음식물 쓰레기의 기준이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재료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버리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남은 음식과 음식물 쓰레기의 구분이 되지 않고 어차피 부패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며 “법적으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습식 사료는 즉각 중단하도록 해야 하고 건사료화를 하더라도 구마다 다른 현재의 혼란한 구조가 아닌 적극적으로 업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