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S10'으로 암호화폐 실시간 저장·송금한다
by이재운 기자
2019.01.29 05:00:00
삼성페이, 3년여만에 스마트폰을 생활금융 중심으로
도쿄 올림픽 앞선 日정부 암호화폐 확산 추진에 대응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갤럭시S10에 암호화폐(가상화폐) 전자지갑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포석은 ‘삼성페이의 영역 확장’에 맞춰져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할 갤럭시S10에 암호화폐를 저장하고 송금할 수 있는 전자지갑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에서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갤럭시S10으로 추정되는 기기에서 실행한 모습이 유포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이런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확실시 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 유럽 등지에서 ‘블록체인 키스토어‘, ‘블록체인 박스’, ‘블록체인 코어‘ 등 관련 상표에 대한 권리 등록을 마쳤다.
삼성전자가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추가한 것은 갤럭시S10 스마트폰 자체를 ‘핀테크 플랫폼’으로 완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15년 2월 핀테크 기술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루프페이가 보유하고 있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였다. 카드 결제 단말기에 있는 마그네틱 인식부에 단거리 전파를 보내 카드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기술이다.
이후 삼성페이는 2015년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 삼성전자와 갤럭시 시리즈를 대표하는 ‘킬러 앱’으로 자리매김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한 번 구입하면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주요 유인이 된 것이다. 신용·체크카드 정보를 한 번 저장해두면 스마트폰만 들고 다녀도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고, 별도 가맹점 가입 절차도 필요없어 스마트폰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페이는 연동 체계만 갖추면 기술적으로는 적립카드나 직불카드 등 카드 정보를 이용하는 모든 거래·전송에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활용처가 늘어났고, 지난해 4월 기준 누적 결제액이 18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보관·전송 기능을 추가하기로 결정, 삼성페이의 영역을 확장해나갈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암호화폐 전자지갑 기능 추가 움직임에 대해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잠재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해석이다. 블록체인 개발사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지갑이 보급률이 낮은데,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바로 활용이 가능해지면 활용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시장은 특히 내년 열릴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큰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블록체인 개발사인 체인파트너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는 올림픽 이전에 암호화폐 결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암호화폐 활용을 주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대응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밝힐 정도는 아니지만, 내부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 8월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테조스’(Tezos) 공동창업자인 캐슬린 브라이트만이 경기 수원시 소재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임직원 대상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블록체인 관련 강연이나 교육행사가 회사의 공식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삼성전자가 통신 사업자가 필요없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들도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이야기 같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에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관련 기능이 추가되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암호화폐 전자지갑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곳은 삼성전자 말고도 여러 업체가 있다. SK플래닛은 시럽 서비스에 암호화폐 전자지갑을 추가했고,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암호화폐 전자지갑 개발업체인 루트원에 지분투자를 진행하며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