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자본시장 높은 이해도 발판…정·재계로 발넓히는 회계사들
by이명철 기자
2019.01.15 05:30:00
20대 국회의원 6명 포진…회계 투명성 강화 공로
금융지주·벤처 경영 이끌며 우수한 능력 인정받아
자본시장 높은 이해도 각광 받아…회계사 위상 높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회계 개혁의 원년으로 불리는 2019년 새해 들어 정치·경제 분야에서 회계사 출신들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회계 감사라는 본업에서는 떠났지만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각자 맡은 부문에서 활약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유니콘(대규모 비상장사) 최고경영자(CEO)나 창업까지 활동 분야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9대 국회에서 두명에 그쳤던 공인회계사 출신 국회의원이 20대 6명으로 크게 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을 거쳐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자본시장 이슈가 계속되면서 전문가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찬대, 유동수, 최운열 의원이 회계사 자격증을 지녔다. 박 의원은 삼일 등 회계법인과 금융당국을 고루 경험한 인물이다. 2015년까지 삼미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내다가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유 의원은 세동·인덕회계법인을 거쳐 세무회계사 대표까지 30여년의 회계사 경력을 보유했다. 최 의원은 초대 코스닥위원장부터 금융통화위원, 대학교수 등 경험이 있는 금융 전문가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안건회계법인을 거쳐 10년 이상 회계사무사 대표를 맡았던 회계 전문가다. 경남 밀양시장을 거쳐 20대 국회에 발을 들였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1988년 회계사 시험과 행정고시와 사법고시까지 모두 합격한 인물로 유명하다. 청운회계법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김앤장법률사무소까지 이력이 화려하다. 같은당의 채이배 의원은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회계사다. 이후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을 지녔다.
회계사 출신의 의원 증가는 회계 역할 강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2017년 정무위원회에 속했던 김관영·박찬대·최운열·채이배 의원은 외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 이해도가 높은 의원들의 협조와 조언 덕에 회계 개혁 또한 속도를 낼 수가 있었다”며 “회계사 출신들의 전문영역이 강조되면서 앞으로도 국회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무제표 분석과 셈법에 능한 회계사들이 속속 경영자로 변신해 성공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대표 회계사 출신 경영자로 꼽힌다. 회계사 시험과 행정고시 2차까지 모두 통과한 그는 1980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상무, 전무를 거쳐 부대표까지 올랐다.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후 적극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성장세를 일궈 국내 리딩뱅크 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계법인에 근무한 적은 없지만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카카오뱅크 의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김지완 회장은 부산대 재학시절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부국증권·현대증권·하나대투증권 사장을 두루 거친 후 BNK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증권가에서 쌓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각종 비리에 연루돼 회장이 공석이었던 BNK금융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성장 초기 단계인 비상장기업 중에서도 회계사 출신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받는 곳들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유니콘으로 주목받는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의 박상현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 회사 재무이사로 합류, 재무회계 전반을 관리했다. 2015년 대표에 오른 후 재무 개선에 성공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면서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앞뒀다.
‘직방’ 앱을 운영하는 부동산 스타트업 채널브리즈의 안성우 대표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한 적이 있는 회계사다. 시험 준비 시절 방을 찾아다니던 경험과 엔씨소프트·벤처캐피탈(VC) 근무 경력이 합쳐져 국내 대표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현업에서는 물러나 있어도 전문자격을 소지한 한국공인회계사의 소속으로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공회 내부에서도 비전업 회계사들이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열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공회 신년인사회는 높아진 회계사들의 위상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행사에는 최중경 한공회 회장과 회계법인 대표들은 물론 6명의 여·야당 국희위원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 회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대형회계법인 임원은 “몇 년 전과 비교해 신년인사회 개최 장소는 물론 참석 인사 등의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회계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전문가인 회계사들의 역할은 물론 책임 또한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