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9.01.11 06:00:00
지방의회 의원들의 품위 잃은 처신이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부의장이 지난해 말 동료 의원들과 캐나다 해외연수 중 술에 취한 채 가이드를 폭행한 혐의로 현지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기폭제가 됐다. 다른 의원들도 만취 소동을 일으키거나 여성 접대부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예천군의회가 부의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박 의원을 제명하기로 하는 등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군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부의장이 가이드를 폭행했다는 사실은 그제 공개된 버스CCTV 영상 화면에서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그가 가이드의 팔을 비틀고 얼굴을 때리는 장면도 나온다. 손사래를 치다가 손길이 잘못 닿았다던 당초 변명이 명백한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의원들 스스로 연수비용을 대폭 올려 미국과 캐나다를 선택해 떠난 연수의 낮뜨거운 결말이다. 7박 10일 일정에 1인당 440만원의 경비가 소요됐다니, 군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이 이처럼 술값 추태에 허비된 꼴이다.
지방의원들의 일탈행위가 비단 이번 경우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문제다. 해외출장을 간답시고 지방 의정과는 동떨어진 유명 관광지 위주로 일정이 짜이는 것은 기본인 데다 다녀와서 제출하는 보고서도 형식적이기 십상이다. 해외연수를 통해 지방행정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과 경험을 얻는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놀러 가는 것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지방의원들의 연수비용 한도 규정이 삭제됨으로써 출장비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연수가 아니라도 지방의원들의 몰상식한 갑질 행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시·군청 직원들에 대해 터무니없이 위세를 부리는가 하면 의정활동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려는 꼼수도 자주 목격된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지방의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도 퇴색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이른 데는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못된 행태만 따라 배운 결과다. 국민들이 긍지를 갖도록 국회와 지방의회의 자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