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민 기자
2019.01.08 04:4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최근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공시제도의 ‘고무줄 산정 기준’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공시가격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 즉 ‘적정가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적정가격은 바꿔 말해 ‘시세’로 볼 수 있는데, 시세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없어 집값 상승기엔 언제든지 높여 산정할 수 있고, 반대로 집값 하락기엔 낮출 수 있는 구조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기준이 된다. 만약 고가 토지나 가격 급등 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을 낮게 계산하면 이들 부동산 보유자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제 부담이 확 줄어든다. 반대로 공시가격을 높이면 집을 보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세 부담이 급격이 커진다. 공시제도가 조세 공평 실현이라는 근본 취지와는 달리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가 단순히 기우만이 아닌 것은 부동산 상승장마다 보여왔던 정부의 태도에 있다. 과거 노태우 정권 당시 경기도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 땅투기 열풍이 일면서 땅값이 뛰자 이를 막기 위해 1989년 지가공시법 제정을 통해 공시지가를 도입했고, 이후에도 계속 땅값이 치솟자 ‘공시지가 현실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찬가지로 지난 2005년 도입된 주택 공시가격 역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뛸때마다 뒤따랐던 정부 정책이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여야 한다’는 대책이었다.
정부의 ‘조세 공평주의’ 실현은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이를 실행하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모습에 신뢰성이 잃는 것이다. 집값 상승기에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우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구호는 온데간데 없다. 현재 현재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40~50%에 그치고, 특히 고가 토지는 35% 수준에 불과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번 공시지가 인상 논란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의지를 갖고 실현할 계획이었다면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올려야 바람직했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집값 상승기를 배후로 특정 대상을 타깃으로 급격하게 올리려 행정력을 가한 것은 마치 투기세력에게 징벌적 세제를 가하는 벌금·과료와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