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3년 새 6600명 감원…급감한 일손 ‘AI’로 대체
by박일경 기자
2018.12.15 06:34:48
업무 효율성 제고…사무자동화 속속 도입
영업점 381곳 폐쇄…‘다운사이징’ 본격화
97시간 인력투입 작업→22시간으로 단축
日처리량 4.41배 향상…年 수억 비용절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은행권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6600명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폭 줄어든 은행원들이 맡아온 기존 업무는 ‘로봇’이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로봇은 단순 업무 반복 처리를 넘어 이제는 기업여신·리서치·인사·재무·리스크 등 고차원 은행업까지 숙련하고 있다. 학력·성별·연령 등에 차별 없는 공정 채용이 강조되면서 신입행원 선발을 위한 AI 면접관도 등장했다.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책은행(산업·수출입)과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뱅크) 등 4곳을 제외한 15개 국내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총 임직원 수는 10만5064명으로 작년 6월말(10만6550명) 보다 1486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점포도 7041개에서 6821개로 220곳이 폐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 6월말 이후 최근 10년간 임직원 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 9월말 11만1659명과 비교하면 2년9개월 만에 6595명 급감했다. 영업점포 수 역시 2015년 9월말 7202개로 가장 많았는데 이때와 견주면 381곳이 문을 닫았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모바일 뱅킹 강화를 통한 비대면 채널 활성화가 은행산업의 흐름이 됐다”며 “영업점 축소와 인원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예측하고 모바일 금융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해 몸집을 많이 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손이 줄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 간극을 메우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사무 자동화를 속속 도입하며 ‘로봇 은행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RPA를 시행한 모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영향으로 SC제일은행이 제일 먼저 시작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5월 RPA 적용 범위에 인사·재무·리스크 등 일반 관리 및 지원 분야 30개 업무를 추가했다.
이미 SC제일은행은 지난해 RPA 1단계 프로젝트로 △개인대출 △여신회수 △트레이딩 결제 △외환거래 대사 △고객 이메일 발송 △은행조회서 발급 등 ‘고객 서비스 부문’과 정보통신(IT) 자산관리, 대외비용 정산 및 보고서 생성까지 포함해 비즈니스 후선 업무 35가지를 자동화했다. SC제일은행은 작년 RPA 1단계를 통해 1일 총 97시간의 인력투입이 필요한 수작업을 22시간 수준으로 단축시켜 업무 처리의 효율성·정확도를 4.41배 향상한 것으로 분석한다. 남기흥 SC제일은행 정보시스템·운영본부 부행장은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월 ‘RPA ONE 프로젝트’를 5개월여 작업 끝에 완료했다. 외화송금 전문처리, 펀드상품 정보등록, 파생상품 거래문서 작성, 퇴직연금 지급 등록, 담보 부동산 권리변동 내역 등록 등 여섯 부서 13개 프로세스에 걸쳐 약 6000건의 업무를 자동화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RPA 적용 업무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기업여신·리서치·콜센터 등 128개 업무에 적용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IT 전문 관계사인 하나금융티아이와 포스코ICT가 각사가 보유한 금융 IT 전문성과 RPA 솔루션 노하우를 결합해 금융 RPA 확장을 위한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지난달 지방은행 최초로 RPA 시스템을 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 운용로봇 40대로 로봇수와 일일 처리량에 있어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운영에 착수했다. 주재승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은 “서대문 본부 내 디지털 워크포스(Workforce)를 총괄하는 ‘RPA 컨트롤 룸’을 구축해 24시간 체제에 들어갔다”며 “향후 챗봇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접목시켜 RPA 영역을 고객 접점부터 사후관리까지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로 여신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더 이상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뒷문 잠그기’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직원 생산성마저 제고해 올 성장 추세를 최소한 내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