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동산 또 반등? 내년엔 어려운 이유

by김성훈 기자
2016.12.30 05: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데칼코마니’란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 ‘복사하다’는 뜻으로 우연한 효과를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올 연말 주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1년 전 이맘 때와 너무 닮아 데칼코마니가 떠오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과 미국 금리 인상, 공급 과잉 등 이른바 ‘3대 악재’로 주택시장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 찍어낸 것처럼 똑같다.

재건축 투자 열기에 끝모르고 치솟던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이후 올 3월 셋째 주까지 1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올해도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달까지 8주 연속 하락하며 한 해를 마치게 됐다.

‘잔치는 끝났다’며 우울한 전망을 내놓던 부동산시장은 올 3월 들어 반전됐다.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분양의 첫 주자로 나선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평균 33.6대 1(최고 78.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갈무리하자 재건축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석 달 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까지 내리며 기름을 붓자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 열기를 뿜어냈다.



일각에서는 되풀이되는 주기를 미뤄볼 때 주택시장 분위기가 내년 상반기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2017~2018년 입주 예정 물량은 총 78만 2921가구로 내년 7월부터 8개월간 월평균 3만 8899가구가 쏟아진다. 올해 월평균 입주 물량(2만 4311가구)보다 1.6배나 많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 자격을 대폭 강화한 11·3 대책이 이전 대책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주택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2년째 반복된 흐름을 근거로 시장 상황을 함부로 예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럴때 일수록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예상대로 주택시장이 흘렀다면 ‘하우스 푸어’나 ‘깡통 전세’도 없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