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육아용품 사러간 엄마아빠, 춤바람 날라

by김진우 기자
2016.08.18 06:00:00

단순히 물건만 파는 행사 탈피
산모교실·요리대회 등 풍성
참가 업체들도 마케팅 한창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거의 만삭인데 회사 다니느라 산모교실에는 참여하지 못해거든요. 당첨자 발표날만 기다려집니다”. “유모차 교실은 도움이 많이 됐고 덤으로 재미있기까지 했어요. 자궁질환 원인과 예방에 대한 강의도 정말 좋았고요”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예비맘)들이 육아용품 전시·판매 행사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예비맘들은 베이비페어·베이비엑스포 등으로 불리는 행사에서 출산용품을 단순히 싸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 산모교실에서 출산·육아의 기초상식을 배우고, 예비맘끼리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유식 만들기, 가족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면서 문화체험 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코엑스 홀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예비 엄마·아빠가 ‘행복 태교 탱고강좌’를 시연하고 있다.(사진=베페)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 홀에서 열리는 제30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는 유명 웹툰(온라인 만화) 작가 강풀과 함께 ‘육아수기 공모 이벤트’가 열린다. 강풀은 4살 아이를 둔 아빠로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육아 웹툰 네 편을 만들어 공개한다.

특히 강풀의 네 번째 육아 웹툰은 초보 엄마·아빠가 육아·출산 과정에서 겪은 체험을 공모해 채택된 사연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당선자 1명에게는 육아수기를 웹툰으로 제작해줄 뿐 아니라 100만원의 상금도 준다.

육아수기 웹툰 이벤트처럼 최근 베이비페어의 키워드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진화다. 육아용품을 구매하는 단순 쇼핑 채널로 한정하지 않고 육아 관련 문화 콘텐츠와 이벤트를 접목하는 공간으로 확장해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국내 대표 유통기업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물건만 파는 회사에서 머물지 않고, 고객에게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선물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처럼, 유아용품 전시회도 문화 체험을 통해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예비 부모를 초청해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무료 강좌를 제공하는 산모 교실이다.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태교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악회와 콘서트를 열고, 가족이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패밀리 연주회’로 화합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근표 베페 대표는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자녀가 있는 엄마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며 “이들을 위해 온·오프채널로 소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총괄하는 주최 측뿐만 아니라 행사 참가업체들도 가족 관람객을 위해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예비 엄마·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베이비페어에 참여하는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은 부스 내에 가족 관람객을 위한 스튜디오를 연다. 캐논의 영상가전으로 만삭사진과 가족사진을 촬영, 무료로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현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의 기억을 간직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필립스 아벤트는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호르몬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힐링 체험 존’을 만든다. 자사의 산전·산후 통증 케어 제품을 활용해서다. 현장을 방문하는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육아 전시회를 자녀에게 양질의 제품을 사주고 싶어하는 장소로 단순 해석했다면 발전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즐거운 육아를 하려는 신세대 부모들의 욕구와 이를 반영한 업체를 연결해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 게 전시회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