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빈대 잡으려다 집 태울라

by조철현 기자
2016.06.30 05:40:00

강남 분양시장 타깃 중도금 대출 규제
구매심리 위축으로 전세난 부를 수도
부동산 급랭이 한국 경제 흔들까 걱정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 부장] 정부가 결국 집단대출에 메스를 들이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랠리에 제동을 걸 요량으로 지난 28일 중도금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내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건 이내, 보증 금액을 6억원 이하(지방은 3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아예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 때 시공사 보증으로 계약자에 대한 개별 심사 없이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말한다. 그동안 HUG는 보증 한도나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대출을 보증했고, 은행들은 이를 믿고 계약자들에게 중도금(전체 분양대금의 60%)을 빌려줬다.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은 그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중도금 대출이 최근의 주택시장 과열 흐름에 불쏘시게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도 그럴만한 게 HUG의 보증을 발판으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일부 투기 수요가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 분양 단지에 몰리면서 국지적인 이상 과열과 함께 분양권 불법 거래가 판을 쳤다.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었을 것이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번 조치가 이제 겨우 활력을 되찾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택 자금 마련 제한에 따른 구매 심리 위축이 결국 거래 위축을 낳고, 집값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대부분 9억원을 웃돌아 집단대출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글러벌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친 상황에서 그나마 시장을 이끌어 오던 강남 재건축 투자 열기마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대출 규제가 전세난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잇단 악재로 내집 마련 대신 전세나 월세로 머물려는 수요가 늘어 가뜩이나 불안한 임대차시장이 한층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재건축 조합원 중도금 대출은 HUG의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므로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재건축 조합원 물량에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크다.

집단대출 규제가 가수요를 줄이는 효과보다는 실수요자의 중도금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HUG 등의 대출 보증이 없더라도 시공사 연대보증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 다른 방식으로 돈을 빌려 중도금을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공사 연대보증은 부채 비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체 측이 보증을 꺼릴 수밖에 없다. 분양가의 60%를 차지하는 중도금을 개인이 추가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HUG가 아닌 건설사의 연대보증으로 중도금을 빌릴 경우 대출금리가 0.5∼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과열도 문제지만 위축 혹은 급랭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부동산 경기 침체는 민간 소비 위축과 건설 투자 급감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벼룩(강남 분양시장) 잡으려다 초가삼간(한국 경제)을 태우지 않길 바란다.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당장 돈이 된다고 아파트를 마구 짓고 분양가를 높이는 건설사의 탐욕이 정부의 개입을 자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멸을 부르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업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