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불법 거래가 세종시 아파트 뿐이랴

by조철현 기자
2016.05.26 05:30:07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 부장] ‘조물주 위에 건물주’. 부동산 투자에 웬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금세 알아듣는 우스갯말이다. “내 소유의 건물 한 채만 있으면…”하는 바람에서 생긴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가 건물 소유욕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대변한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상가를 세 놓아 매달 짭짤한 임대 수입을 챙기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게 된다. 게다가 자기 건물에 직접 살면서 임대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상가주택 소유는 누구나 꿈꿀 법한 로망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 점포 겸용 단독주택(상가주택) 용지다. 어디서든 분양만 했다 하면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특히 공공택지지구 내 상가주택 부지는 인기가 더 많아 분양 때마다 수만명이 몰려든다. 정부가 앞으로 대규모 공공택지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희소성이 커진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경기도 고양 삼송지구에서 공급한 상가주택 부지는 238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5개 필지 분양에 무려 1만 1949명이 몰린 것이다. 지난 3월 원주기업도시에서 나온 상가주택 부지는 최고 경쟁률이 9300대 1에 달했다. 얼마 전에는 청약시스템이 한때 아예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진행된 경기도 부천 옥길지구 상가주택 부지 22필지 청약에 2만 7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LH 청약센터 전산 컴퓨터가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상가주택은 1층에 상가를 배치하고 2~4층에 주택 5~6가구를 넣는 구조다. 주인은 꼭대기 층에 살고 1층 상가와 2~3층 주택은 세를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가주택 한 채를 지으려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수억원의 건축비가 든다. 그런데 1층 상가 임대료로 금융권 대출(땅값) 이자를 갚고 2~3층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내집 마련과 함께 고정적인 임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상가주택 용지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것은 억대에 달하는 웃돈을 기대한 투기자들이 가세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가주택 부지에 직접 집과 상가를 지어 살겠다는 실수요자가 택지지구별로 2만~3만명에 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LH의 상가주택 공급은 매입가를 높게 써내는 사람한테 분양하는 경쟁 입찰이 아닌 분양가를 미리 정해놓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쟁률이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게다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신청일에 온라인으로 청약금만 걸면 된다. 추첨에서 떨어져도 청약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손해 볼 일도 없다.



요즘 검찰의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수사가 한창이지만 상가주택도 불법거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훨씬 더 심할 것이라는 얘기가 중개업계에 파다하다. 상가주택 부지의 불법 전매와 다운계약서 작성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택지 내 상가주택 부지의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 전까지는 분양가 이하로만 사고팔 수 있다. 그런데도 웃돈이 꽤 많이 붙은 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을 통해 합법을 가장한 전매를 하는 것이다. 명백한 범법 행위다.

피해는 고스란히 최종 수요자에게 돌아간다. 돈 되는 곳만 몰려다니며 초기에 수익에 내고 빠져나오는 단타족들이 만든 폭탄은 웃돈을 지불하고 상가주택 부지를 구매한 수요자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질서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단속에 뒷짐만 지고 있고, 지자체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인력 부족과 현장 적발 처벌 가능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속이 어렵다는 해명만 늘어놓기 바쁘다. 물론 단속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 불법 전매의 경우 거래 당사자(매수자와 매도자)끼리 비밀리에 거래가 이뤄져서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불법 전매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땅 환수 없이 과태료 부과 및 세금 추징이 고작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수사·세무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그리고 범법 행위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