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로 위장한 '메르스'...손씻기가 최선의 방어

by이순용 기자
2015.06.04 03:30:38

구토, 설사, 복통과 같은 소화기계 증세 나타나면 의심
외출 후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와 기침예절을 준수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 착용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첫 발생한후 2명이 숨지고 환진 환자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5명이 양성으로 추가 확인돼 환자 수가 모두 30명으로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새로 추가된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3차 감염자다. 이로써 3차 감염자도 총 3명으로 늘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는 이전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병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가 온 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하더니, 올해는 새로운 감염병이 출몰해 걱정거리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를 보고, 막연한 공포감이나 걱정에 사로잡히기 전에 메르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에 맞는 대응을 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 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메르스에 대해 알아본다.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영어 약자다.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코로나비리데(coronaviridae)에 속해 있는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다. 유사한 임상 양상을 일으키는 병으로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가 있는데,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코로나비리데에 속해 있어서 유전적으로는 사촌쯤 된다.

메르스가 확진된 첫 환자는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고됐다. 일주일 동안 지속된 발열, 기침,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방문해 중증 폐렴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객담에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분리됐다. 이후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중동 지역을 방문했던 사람들에 의한 유입 사례가 다른 비중동 국가에서도 확인됐다.

이재갑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유입 사례에 대한 우려가 늘 있었는데, 이번에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낙타나 박쥐 같은 동물에 의해서 인간에게 감염이 된다는 가설도 있으나, 전파경로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병을 했던 가족이나 의료인에 의한 2차 감염 사례들이 확인돼 사람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투석을 받고 있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감염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러한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2차 감염 사례의 경우 잠복기가 9~12일로 알려져 있고, 호흡기나 인체의 체액을 통해 전파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감염 경로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증상은 거의 모든 환자에서 고열이 있고, 약 25%의 환자에서 오심, 구토, 설사, 복통과 같은 소화기계 증세를 동반한다. 폐렴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혈액검사에서 림프구 감소증이나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상적으로 일반적인 폐렴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확진 사례의 약 30~40%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망률 50%와 견줄만하다. 한때 공포의 감염 질환으로 뉴스를 장식했던 사스가 10% 정도의 치사율을 감안하면 메르스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르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처럼 높은 치사율 때문이다.

김탁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력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재생산지수(reproduction number)가 사용되는데, 한 사람의 감염자가 몇 명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재생산지수가 1이면 한 사람의 감염자가 1명의 2차 감염자를 만드는 것인데, 숫자가 클수록 감염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랜싯 감염질환(Lancet Infectious Disease)’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는 0.8~1.3 정도이고, 1.5 이상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후속 조치만 잘 이루어진다면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째, 아직 접촉력이 확인된 2차 감염 사례를 제외하고는 중동 이외에서 1차 발병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동을 방문하거나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와 접촉력이 없는 사람들이 발열, 기침 등의 감기 증상만 있다고 해서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탁 교수는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메르스 의심 환자와 접촉했는지 사전에 알기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 원칙은 일반적인 감기나 폐렴 예방의 수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출 후 손 씻기와 같은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기침 예절(기침·재채기를 할 때는 손이 아닌 휴지나 손수건 등을 이용해 가리기)을 준수하며,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 면회를 자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만일, 최근 14일 이내에 중동지역 여행 또는 거주하였거나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와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