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거를 묻는 것은 미래가 궁금하기 때문
by유재희 기자
2014.04.22 07:34:15
훌륭한 프로야구 선수가 될 것이라는 아들 녀석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거금을 들여 야구 글러브와 배트를 사준다. 그러나 아들은 이틀 만에 흥미를 잃고 비싼 야구 용품을 집 구석에 처박아 놓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상한 부모라도 살짝 짜증이 날 것이다. 한두 번은 참겠지만, 한 달 간격으로 꿈을 바꿔가며 이것저것 사 달라고 졸라댄다면 당장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혼을 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한다고 할 때, 신뢰란 그 사람의 행동을 길게 지켜보면서 형성된 그의 미래 행동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행동을 지켜볼 수 있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상이 법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회사와 취업 지원자의 만남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신뢰라는 단어를 개입시킬 여지가 없다. 그래서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단편적인 사실을 들어가며 신뢰하는 회사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궁색하게 느껴지는 답변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회사든 들어가고 보자는 취업 준비생의 정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럴수록 입사를 희망하는 이유가 뚜렷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보는 지원자를 신뢰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는 그의 미래 행동을 믿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물론 믿기 어렵다고 해서 곧 못 믿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믿고 못 믿고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인재 평가는 그런 판단 근거를 얻어 미래 행동을 예측해 보려는 활동이다. 회사에서 당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가 궁금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록을 통해 조직에 들어와서 기대하는 행동을 보여줄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과거 행동을 보여줄지 고민스러운 지원자의 PASS (Positive Appearance Skill and Solution) 전략은 자신이 하고 싶은 미래 행동의 과거 사례를 들려주는 것이다. 신입사원답게 도전적으로 일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과거에 도전적이었던 행동을 들려주면 그것에 신뢰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림 ㈜한국HR진단평가센터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