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복수노조 첫 파업.. '회생 프로그램' 차질우려

by김형욱 기자
2013.06.02 09:45:59

기업노조, 3일 2시간 부분파업.. 임단협 압박
생산효율성 약화.. 르노그룹내 입지약화 우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복수노조 출범 후 첫 파업에 나선다. 최근 판매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의 회생 프로그램이 파업으로 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2일 르노삼성 노조에 따르면 오는 3일 주·야간조 근무 교대시간인 오후 3시 45분을 전후로 각각 1시간, 총 2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오후 3시에는 부산공장 본관 앞 도로에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출정식을 연다.

이번 파업은 지난 2000년 회사 창립 이래 사실상 첫 파업이다. 지난해 8월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가 부분파업을 벌였으나 당시엔 조합원 수가 20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설립돼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 나선 르노삼성 기업노조는 전체 직원의 절반, 생산직 대부분이 가입(조합원 2642명)돼 있다.

이번 파업으로 약 80~90대의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노조는 노사 협상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까지 결렬된 지난달 23일 쟁의행위 투표에서 94%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 사측과 재협상에 나섰으나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사측은 쟁의행위 가결 이후 복리후생에서 개선된 안을 내놨으나, 노사간 핵심 쟁점인 임금동결, 회사 비전 제시, 고용안정 등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이번 파업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는 지난달 28일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산 대표기업인 르노삼성이 파업에 나서면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는 성명서를 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0년 27만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등 자구안 마련에도 나섰다. 올해 판매량은 14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그룹는 최근 모국인 프랑스에서도 임금 동결·삭감과 함께 오는 2016년까지 전체 직원의 14%에 달하는 7500명의 인원을 줄이기로 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갖춘 모회사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특성상 노조 강성화에 따른 생산효율성 약화는 그룹 내에서 르노삼성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질 노만 르노그룹 부회장은 올 1월 기자간담회에서 “판매모델 확대를 위해 한국에서 100% 생산된 모델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르노삼성은 올 연말 출시하는 QM3를 해외에서 수입·판매하는 대신 내수점유율 10% 회복을 전제로 차세대 SM5·QM5 글로벌 모델의 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내수판매와 부산공장 생산성에 따라 그룹 내에서 역할과 위상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르노삼성의 경영난과 생산물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4년 하반기부터 닛산의 신형 로그 차량을 연간 8만대 생산·수출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1700억원이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