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사흘째 하락..中·유럽 경기 `우려`

by이정훈 기자
2012.03.23 05:06:38

3대지수 동반 하락..미국 지표호조는 힘 못써
VIX지수 15선 넘어..에너지-소재주 하락주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하락했다. 사흘 연속으로 하락한 것이다. 미국 고용지표와 경기선행지수가 호조를 보였지만, 중국과 유럽의 제조업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2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78.48포인트, 0.60% 하락한 1만3046.1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0.11포인트, 0.72% 내린 1392.78을, 나스닥지수도 전일보다 12.00포인트, 0.39% 떨어진 363.32를 기록했다.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또다시 하락하며 5개월 연속으로 기준치인 50선을 밑돈데다 유로존 복합 PMI도 2개월째 침체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미국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며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가 석 달째 상승했지만 큰 힘이 되진 못했다.

이 때문에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오랜만에 15선 위로 올라왔다. 업종별로도 모든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에너지와 소재주가 특히 약했다.

짐 스키너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6월말 은퇴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맥도날드가 0.95% 하락했다.  페덱스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 전망을 낮춘 탓에 4% 가까이 추락했다. 경쟁사인 UPS도 동반 하락했다.
 
중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로 에너지 관련주의 하락압력이 커 베이커 휴즈와 네이버스, 쉴럼버거 등 오일서비스 업체들이 3~5% 함께 하락했다. 나이키와 엑센추어는 장 마감 이후 나올 실적에 대한 우려감에 1% 미만으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달러 제너럴은 예상보다 좋은 실적 덕에 3.08% 상승했다. 크레딧카드 업체인 디스커버 파이낸셜은 이익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에 3% 가까이 올랐고, 요가 의류업체인 루루레몬 어슬레티카도 실적 개선 기대감에 2.54% 상승했다.

◇ `인플레 우려`..美 물가채, 웃돈주고 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웃돈까지 주면서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를 사들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10년만기 TIPS 입찰을 실시하면서 총 130억달러를 낙찰금리 마이너스(-)0.089%에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10년만기 TIPS가 마이너스 낙찰금리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흔하지 않은 일이다.

TIPS는 투자원금에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뒤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더라도 채권의 실질가치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상품으로 꼽힌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로 채권을 샀다면 그 만큼 물가가 더 상승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처럼 웃돈(프리미엄)까지 얹어주도록 했지만, 실제 발행액대비 응찰규모도 2.81배에 이르러 최근 10차례 입찰에서의 평균 2.74배였던 응찰률을 웃돌았다.

◇ "미국 3월 車판매 6%성장"..고유가에도 `견조`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이달 들어서도 가솔린 가격 부담을 딛고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유가가 추가로 뛸지가 향후 자동차 판매시장 회복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조사기관인 J.D.파워와 LMC오토모티브는 공동 조사를 통해 3월중 미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6% 성장한 137만24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3월에는 124만4009대가 팔렸었다. 이같은 수치는 연율로 환산할 경우 1410만대 수준으로, 2월의 1500만대보다는 적지만 작년 같은 달의 1300만대에 비해서는 더 늘어난 수치다.

존 험프리 J.D.파워 수석부대표는 "매달 미국 자동차 판매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자동차 시장이 진정으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걸프지역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유가 상승압력이 적절하게 차단되기만 한다면 자동차 판매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1분기 자동차 판매량 전망치도 연율 환산으로 1440만대 수준을 예상했다. 두 기관은 앞서 올해 연간 판매량 전망치를 1410만대로 예상한 바 있다.

◇ 美 선행지수-실업수당 동반 호조



이날 컨퍼런스보드는 지난 2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대비 0.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0.6%보다 높았다. 전월의 0.2%보다도 훨씬 높아졌다. 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선행지수는 95.5를 기록해 지난 2008년 7월 이후 3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올 봄과 여름까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3~6개월후 경기흐름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미 노동부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지난주 34만8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주 35만3000건은 물론 시장에서 예상했던 35만4000건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4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변동성을 줄인 4주일 이동평균 건수도 35만5000건을 기록해 전주의 35만6250건보다 낮아졌다. 지속적으로 실업수당을 받는 건수도 335만2000건으로 전주의 336만1000건과 시장 예상치인 336만8000건을 모두 밑돌았다.

◇ 美 모기지금리, 5개월 최고..주택·소비 `먹구름`

우리의 주택담보대출에 해당하는 미국의 모기지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모기지 리파이낸싱(재융자) 수요가 줄어 부동산과 소비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미 국책 모기지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번주 30년만기 모기지 평균금리가 4.08%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1주일전의 3.92%에 비해 무려 16bp(0.16%포인트)가 뛴 것으로, 금리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거의 5개월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또 민간 모기지사인 맥린에 따르면 15년만에 모기지 금리 역시 평균 3.3%로, 1주일새 14bp 상승했다.

이같은 모기지 금리 상승세로 인해 이미 미국의 모기지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 최근 6주일간 미국 모기지 신청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리파이낸싱은 지난주 7.4% 급감하며 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BMO캐피탈의 샐 구어티에리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수요가 많지 않아 이처럼 모기지 금리가 상승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리파이낸싱 수요가 다소 줄어들 수 있고 특히 주택 구입용 모기지 수요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유로존 경기침체 `가속`..3월 PMI 48.7

유로존 민간경제가 두 달 연속으로 기준치인 50선 아래에 머물렀다. 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민간조사업체 마킷이코노믹스는 이달중 유로존의 제조업-서비스업 복합 구매자관리지수(PMI) 예비치가 48.7로, 2월 확정치인 49.3보다 더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로존 PMI는 앞서 1월에 5개월만에 처음으로 경기 확장 기준치인 50선을 넘었다가 두 달 연속으로 기준치 아래에서 맴돌았다. PMI가 기준치인 50선을 밑돌 경우 경기는 침체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업 PMI는 48.78에서 48.7로 소폭 하락한 반면 제조업 PMI는 49.0에서 47.7로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편 이날 윌리엄 뷔터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장기대출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며 약간 늦춰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ECB의 3년만기 장기대출은 문제를 실제로 해결한 게 아니며 앞으로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